19일 오전 대구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구시 중구 경북대학교 병원 응급실이 폐쇄됐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오전 대구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구시 중구 경북대학교 병원 응급실이 폐쇄됐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에 다녀온 30대 남성이 폐렴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바짝 긴장했지만 일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아닌 것으로 결론났다. '국내 첫 사망자 발생'이라는 뉴스라도 떴으면 온 나라가 또 한 바탕 얼마나 소란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이런 전염병이 번질 때는 다소 '오버'를 하는 게 필요하기도 하다. 좀 호들갑스럽더라도 대중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열화상 카메라라도 돌리고 서로 기침 예절도 지키고 손도 자주 씻고 마스크도 끼고 하는 게 어쨌든 감염과 확산 가능성을 줄이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직 종식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코로나 19도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좀 성급한 상상이지만 그 땐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때를 한 번 돌아 보자. 이들 병이 한창 유행이었을 때 기사를 찾아보면 지금과 거의 똑같다. 개인 위생 수칙을 강조하는 기사가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정부의 방역망이 허술하다, 뚫렸다'는 비판 기사도 줄을 잇는다. '매뉴얼과 백서를 만들라'는 훈계도 똑같고 경제 내지 증권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는 기사까지도 그대로 반복된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8~9개월간 지속됐던 사스와 메르스가 종식된 뒤 언론은 잠잠해졌고 사람들은 이내 원래 생활로 돌아갔다. 일상 복귀가 잘못됐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문제는 너무도 '충실하게'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데 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늘 따라 사무실로 통하는 출입구 왼쪽 구석에 덩그러니 걸려 있는 '위생소독 손 세척기'가 눈길을 끈다. 세척기에는 '실종플루 예방을 위해 출입시마다 반드시 손을 세척해주십시오'라는 글도 쓰여 있다. 2009년 신종플루가 한창일 때 설치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듬해 신종플루가 뜸해지면서 이후 10년 가량 그냥 방치돼왔다. 요즘 다시 써도 좋을 듯하지만 너무 오래 쓰지 않아 망가진 것 같다.

요즘 대중 화장실에 가면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용변 후 손은 씻고 나간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유행하기 전만 해도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소변은 물론 '큰 일'을 보고 나서도 손을 씻지 않은 채 아무렇지도 않게 화장실을 나서는 이들이 우리 주변엔 아직 너무나 많다. 질병관리본부가 공항 터미널 백화점 등 공중화장실에서 관찰한 결과 손을 씻는 비율은 남자 55%, 여자 72%였다고 한다. 그냥 나가기는 미안했는지 세면대 물을 틀고 손가락 끝에 1초 가량 물을 뭍히는 듯하다 바로 나가는 사람도 있다.

그 손으로 아무 꺼리낌 없이 출입문 손잡이를 잡고 버튼을 누르며 지문 인식 시스템에도 갖다 댄다. 식사도 하고 간식거리를 맨손으로 집어먹고 다른 사람들과 악수도 한다. 손에 뭍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여러 사람에게 퍼뜨리고 있지만 그런 인식도 없고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준다고는 꿈도 못꾸는 듯하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마스크도 안 낀 채, 입도 안 가리고 맘껏 기침을 해대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았나.

이번 코로나 19가 끝나면 좀 달라질까.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 19 등 최근 10여년간 발생했던 대유행병 중 2개가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우연은 아닐 수 있다.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식습관이나 위생관념이라는 점에서 중국은 아직 후진적인 부분이 많다. 우리는 어떤가. "너무 깔끔 떨지 말라" "적당히 더러워야 면역력도 생긴다" "함께 떠 먹는 국물이 더 맛있다" 당신도 혹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손 씻기만 잘 해도 전염병의 70%는 막을 수 있다는 게 의사들의 얘기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우리의 개인 위생 습관이 바뀐다면 지금 같은 공포와 소란도 꼭 나쁘지만은 않을 듯도 하다.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본 뒤 그냥 나가버리는 사람들에게 평소 꼭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다. 화장실 세면대는 도대체 언제 사용하실 건가요?.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