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 회의 공개하라" 일선 의견도…법무부 "추가 공문 곧 발송"
추미애, 검사장 만찬으로 '소통' 시도
'수사·기소 분리' 세부안 공개 지연…검찰 내 반발 기류 확산(종합)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제시한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을 두고 여러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법무부의 세부안 공개도 늦춰지고 있다.

전국 고검장·지검장들이 참석하는 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구체적인 계획안이나 세부 내용이 '깜깜이'인 상태라 회의 배경에 의구심을 표하거나 투명성 등을 요구하는 검찰 내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18일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는 21일 열리는 전국 검사장 회의와 관련해 전날 발송한 추가 공문에서 "회의 1~2일 전 세부 일정 계획안과 회의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앞서 검사장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청별로 의견을 모아 회의에서 개진해달라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검사장들은 구체적인 안도 없이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 가능하겠느냐는 입장이다.

'수사·기소 분리'가 말 그대로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한다는 것인지, 수사 검사의 기소에 대한 의견을 내는 제3자를 둔다는 것인지, 제3자를 둔다면 이미 검찰에서 운영하는 인권감독관과 어떻게 구분되는지 등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 ▲ 검경 수사권 조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관련 하위법령 제정 ▲ 검찰 수사관행·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검찰 입장을 듣겠다는 것뿐이다.

법무부는 간략히 안건별로 주제 발표를 한 뒤 검사장들의 자유 토론을 이어가는 방식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관행·조직문화 개선 안건에 대해서는 대검에서 주제 발표를 맡고 나머지 안건 설명을 법무부에서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는 "본래 검사장 회의라면 벌써 발표 내용과 주제 등이 확정돼있어야 한다"며 "정말 준비가 안 된 것 같기도 하고, 끝까지 공개하기 꺼려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수사·기소 분리' 세부안 공개 지연…검찰 내 반발 기류 확산(종합)
법무부는 해당 공문을 통해 검사장 회의 변경도 알렸다.

당초 오전 10시~오후 5시로 계획됐던 회의 시간은 오후 2~6시로 바뀌었다.

추 장관이 검사장 회의 직후 검사장들과 만찬을 함께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회의 시간이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점을 예상하고 검찰 고위 간부들과의 '소통'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와 기소는 한덩어리"라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검사장들이 '센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일각에서는 수사와 기소 주체 분리 방안에 대해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주요 피의자 사건처리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니냐며 의심을 거두지 않는 분위기다.

한 검사장은 "수사 주체와 기소 주체 분리는 법 개정 없이 불가능하다"며 "이토록 서두르는 것에 어떤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사장은 "수사한 검사의 결과를 리뷰(검토)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까지는 공감이 가지만, 권한을 구분해 기소 전담 제도를 두는 것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위험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권자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기소검사로 앉힐 경우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런 부분 때문에 타이밍이 문제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직 당 대표이자 현역 의원으로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추 장관의 신분을 고려했을 때 선거를 앞두고 선거 범죄를 담당하는 검사장들을 불러 모은 것부터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개진된다.

추 장관이 수사·기소 분리를 밀어붙이기 위해 검사장 회의를 '요식행위'처럼 활용할 것이란 지적이 일면서 회의 내용을 전체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법무부는 회의 공개 방안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는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한 검사들의 비판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대구지검 상주지청 이수영(31·사법연수원 44기) 검사는 이날 내부망에 올린 '검사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제가 알고 있는 검사는 소추관이다.

소추기관인 검사는 공소의 제기나 유지뿐만 아니라 수사의 개시 단계부터 관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검사는 "수사를 진행하는 중간 중간에 유일한 판단기준은 이 사건을 기소할 수 있는 것인지, 기소를 할 수 없는 것인지였다"며 "기소 가능성을 기준으로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을 최대한 침해하지 않도록 고심하고 또 고심하며 수사를 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수사만을 담당하는 검사가 된다면 그런 판단 기준이 없어지는 것인데 앞으로는 무엇을 기준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대구지검 차호동(41·38기) 검사가 일본 검찰의 낮은 무죄율이 내부통제의 모범 사례라는 추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차 검사는 "학계 등의 대체적 평가는 이른바 '정밀(精密) 사법'이라는 일본의 소극적 기소 관행 때문"이라며 "일본은 오히려 이러한 소극적 기소관행을 통제하기 위해 준기소절차(공무원 직권남용죄에 대한 법원의 기소심사. 우리 재정신청과 유사), 검찰심사회(검사 불기소 처분의 타당성을 사후적으로 검토하는 기구) 등을 두고 있는 실정"이라고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