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규모별 기업 임금 분포 첫 공개…'실효성 한계' 지적도
임금 정보 공개 첫발 뗐다…"직무급 도입에도 활용 가능"
고용노동부가 18일 국내 기업의 업종과 규모 등에 따른 임금 분포 현황을 처음으로 공개한 것은 임금 정보 공개의 첫발을 뗐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에 공개한 임금 분포 현황은 국내 기업이 호봉제 중심의 연공성(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구조)이 강한 임금체계를 직무급 중심으로 개편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세부 직종의 임금 분포 현황까지 파악할 수는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임금 격차 완화가 일차적 목표…직무급 도입에도 참고 가능
노동부는 이날 임금 직무 정보 시스템(www.wage.go.kr)을 통해 '사업체 특성별 임금 분포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임금 분포 현황 자료는 기업의 업종, 규모, 노동자의 직업, 경력, 성(性), 학력 등 6개 변수의 교차 분석에 따른 다양한 임금(연봉 기준) 분포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노동자는 동종 업계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노동자의 임금이 대략 얼마인지 알 수 있다.

기업도 노동자의 임금을 정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금융업의 임금 분포 현황을 보면 대졸 이상에 경력 1년 미만인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3천8만7천원이다.

대졸 이상에 경력 10년 이상인 노동자는 9천138만8천원이다.

그만큼 연공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노동자의 직업에 따른 임금 격차도 크다.

보건업에서 대졸 이상인 관리자의 평균 임금은 1억1천458만2천원에 달하지만, 단순 노무 종사자는 2천357만3천원에 불과하다.

직업이 같아도 학력이 높을수록 임금이 많다.

500인 이상 기업의 정보통신 전문가 및 기술직으로, 대졸 이상인 노동자는 평균 임금이 8천627만7천원이지만, 고졸 이하는 6천570만3천원이다.

임금 분포 현황 공개의 일차적인 목표는 임금 격차를 완화하는 데 있다.

동종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주는 기업에서는 임금 인상 압박이 커질 수 있고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기업에서는 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임금 정보 공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임금체계 개편에도 활용될 수 있다.

정부는 호봉제 중심의 국내 임금체계를 직무와 능력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직무급을 도입하려면 직무별로 적정 임금 수준을 정해야 하는데 이때 임금 분포 현황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임금 분포 현황 분석에 참여한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직무혁신센터 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직무급 도입 과정에서는) 직무 분류 체계를 만들고 직무별로 노동시장에서 갖는 가치를 매칭(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 작업에 임금 분포 현황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봉제 중심의 국내 임금체계로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버틸 수 없어 직무급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노동계의 반대로 현실화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노동부도 직무와 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면서도 노사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 참고 자료를 쓸 수 있는 매뉴얼을 제시하고 컨설팅을 제공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임금 정보 공개 첫발 뗐다…"직무급 도입에도 활용 가능"
◇ 구체적인 직업별 임금 정보는 알 수 없어
노동부가 이날 공개한 사업체 특성별 임금 분포 현황만 봐서는 세부 직종의 임금 분포 현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노동자 직업의 경우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라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의 3단계로 세분했지만, 산업 현장의 구체적인 직업을 다 반영하지는 못한다.

일부 직업은 임금 정보 자체가 빠졌다.

임금 분포 현황의 기초 자료인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의 한계 때문이다.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는 해마다 6월 기준으로 1인 이상 사업체 약 3만3천곳의 임금과 노동시간 등을 조사한 결과인데 노동부는 표본 수가 일정 규모에 못 미치는 직업은 임금 분포 산출 대상에서 제외했다.

표본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정부가 공개하는 임금 분포 현황에 세부 직업의 임금 정보가 들어가지는 않는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직종별 구체적인 임금 정보는 관련 산업의 협회나 정보 업체 등이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민석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브리핑에서 "(임금 분포 현황이) 노동시장의 세부 직업들을 100%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며 "(임금 분포 현황 공개를) 처음 시도하는 것 자체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