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 법조문턱낮추기 실천연대, 법교육정상화 시민연대의 로스쿨 재학생, 졸업생,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회원들이 18일 청와대 앞에서 변호사 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요구하며 ‘어게인 218, 로스쿨개혁이 사법개혁이다’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1회 87.1%에서 8회째인 작년 50.8%로 떨어졌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대한민국 ‘경비 1번지’로 불리던 서울 종로경찰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청와대 앞 100m까지 시위가 허용된 뒤 집회 및 농성이 청와대 외곽 경호·경비를 담당하는 202경비단 관할에서도 이뤄지면서 집회·시위에서 청와대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종로경찰서의 명성이 퇴색하는 모양새다.14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에 따르면 이들은 청와대 사랑채 근처 주변 도로에서 135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춘추관과 정문 앞 분수대 광장을 잇는 청와대 앞길은 2017년 6월 일반인에게 공개된 이후 범투본은 물론 톨게이트노동조합 등 각종 시위대가 모이는 장소로 변했다.202경비단 소속 경찰관은 “과거에는 시위를 하지 않던 곳에서 매일 시위나 기자회견이 이뤄져 신경써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검문·검색 등을 하던 202경비단이 종로경찰서가 하던 시위 및 집회 상황까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청와대, 정부서울청사, 미국·일본대사관 등 주요 시설이 밀집한 지역을 관할하는 종로경찰서는 과거 청와대의 ‘방패’로 불렸다. 시위 규모가 커져 광화문광장은 물론 사직로로 진출해도 종로경찰서 경비대가 청운동주민센터를 최후의 저지선으로 삼아 시위대를 막아냈기 때문이다. 2006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반대 투쟁, 2008년 광우병 소고기 반대 투쟁, 2014년 세월호 사건 진상 규명 등 대규모 집회가 열렸을 때도 이 원칙은 계속 지켜졌다. 하지만 이 같은 관행은 2016년 말 촛불집회로 무너졌다. 법원이 시위대가 분수대 앞까지 행진할 수 있게 허가했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앞길을 공개했기 때문이다.종로경찰서 내부에서는 떨어지는 위상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로경찰서에 근무하는 한 경찰은 “202경비단은 경비병력을 동원할 수 없기에 대규모 시위가 있으면 결국 종로경찰서에서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매주 이어지는 태극기 부대 등의 시위 때문에 일은 늘어났는데 예전처럼 인정을 못 받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이어 “승진 코스였던 종로경찰서 경비과에서 올해 경정과 총경 승진자가 없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김순신/배태웅 기자 soonsin2@hankyung.com
지난달 13일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는 제49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이 열렸다. 이들 수료생 68명의 취업률은 49.2%. 두 명 중 한 명만 취업에 성공했다. 사법연수원 측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변호사와의 경쟁과 경기침체 등으로 취업이 어려웠다고 분석했다.지난해 8회 변호사시험까지 배출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모두 1만2575명이다. 기존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와 합치면 ‘변호사 3만 명’ 시대다. 매년 1500명 이상의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취업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취업난 속에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들이 기업 대졸 공채와 공무원 채용시장으로 몰리면서 변호사 몸값도 떨어지고 있다.서울시, 7급으로 변호사 채용 검토변호사 몸값 추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변호사 채용 시 직급을 기존 6급에서 7급으로 낮춰 임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서울시가 변호사 임용 때 직급을 낮춰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변호사 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변호사를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 6급으로 채용해 왔다. 도입 첫해 일반행정 6급에 현직 변호사 55명이 지원해 7.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서울시가 변호사를 7급으로 채용하는 것을 검토하면서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변호사단체의 반발을 우려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3년 부산시는 그해 변호사를 7급으로 채용했으나 법조계 반발로 이듬해부터는 아예 7급 변호사 채용을 포기한 바 있다. 서울시 인사과 관계자는 “모든 직렬 채용에 앞서 다양한 부분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변호사 채용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국가직 공무원을 선발하는 ‘공무원 임용시험령’에 따르면 변호사는 5급으로 채용할 수 있지만 하위 계급으로도 채용 가능하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변호사 채용 때는 경력은 보지 않고 자격증만 있으면 된다”며 “경력은 연봉을 산정할 때만 감안한다”고 말했다.사내변호사도 경력·영어 실력 따져국내 대기업들은 사내변호사 채용 시 ‘전문 계약직’으로 필요에 따라 수시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관련 분야 경력과 외국어 능력을 우대하는 추세다.현대자동차는 지난해 5월 해외 비즈니스 법률 자문·계약 등 분쟁사건에 대응 가능한 국제법무 변호사를 채용했다. 자격 요건으로 한국·미국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로서 중상급 이상의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요구했다. 네이버는 핀테크(금융기술) 경력 변호사를 채용하면서 ‘정보기술(IT) 유경험자는 우대한다’고 명시했다. 경력 변호사를 뽑고 있는 신한은행도 ‘금융 관련 소송 법률자문 유경험자 우대’라고 제시했다.기업들이 이런 경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쟁률은 만만찮다. 지난해 11월 실무 경력 3년차 이상의 사내변호사 두 명을 뽑았던 한국전력에는 14명이 지원해 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한전 인사부 관계자는 “전문직 채용은 평균 7~8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낸다”고 말했다.대졸 공채 지원도 늘어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몸값을 낮춰 대졸 공채에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농협은행은 작년 하반기부터 5급 대졸 공채 때 변호사 등 전문자격증 소지자도 함께 뽑는다. 입사 후 직급, 연봉 등 처우는 대졸 신입사원과 동일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공채 때마다 변호사 등 전문직 자격증 소지자가 수십 명씩 지원한다”고 전했다.롯데는 ‘사법고시 합격자는 과장급, 로스쿨 변호사는 대리급’ 채용이라는 내부 기준을 두고 선발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 관계자는 “채용 회사의 상황과 지원자 경력 등을 고려해 직급 및 처우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전문 계약직 채용이 아닌 공채 지원 때는 일반 대졸 지원자와 동일한 채용 절차를 거친다. 이달 채용을 진행 중인 SK렌터카는 2년 이하 경력 변호사 한 명을 채용하면서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1·2차 면접(변호사 소양 평가)’ 등 일반 공채와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공채 때 지원한 변호사는 5급 채용과 같은 절차(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를 거쳐야 한다”며 “하지만 전문자격증 지원자끼리의 경쟁이어서 경쟁률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로스쿨 변호사가 늘면서 변호사들의 취업처도 로펌에서 기업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호사들이 송무 중심에서 벗어나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외국어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보수단체 회원들과 충돌…광화문·서울역서도 '태극기 집회'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이 국내에 확산하는 가운데 국립서울맹학교 학부모들과 청운·효자동 주민들이 청와대 주변 집회 자제를 촉구했다.8일 오후 국립서울맹학교 학부모·졸업생과 인근 주민 약 30명은 경복궁역 근처 자하문로 양방향 인도와 1개 차로에서 집회를 열고 청와대로 행진하는 시위대를 향해 '집회를 그만두라'고 호소했다.같은 시각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차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 광장을 거쳐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방향으로 행진했다.학부모와 주민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확성기가 달린 차량 등을 앞세운 국본 시위대가 자하문로로 들어서자 '그만 올라오라', '여기 주민인데 확성기 소리 좀 줄여 달라'며 이들을 가로막으려고 시도했다.경찰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폴리스 라인을 치고 양쪽 간 충돌을 막았다.일부 주민들은 "왜 국본 행진은 안 막고 우리를 막느냐"고 경찰에 항의하며 횡단보도에 주저앉거나 중앙선까지 진출하려고 시도했으나 양측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경찰에 가로막히자 학부모와 주민들은 '집회시위 자제하고 폐렴확산 방지하자', '너희는 한 번이지만 우리는 매일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어 보였다.학부모와 주민들은 국본 측이 청와대 앞 집회를 마치고 내려올 때까지 현장을 지키다가 오후 4시30분께 해산했다.강옥순(47) 서울맹학교 총동문회 부회장은 "3월에 개학하는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1월 초부터 3월 7일까지 해당 장소에 1순위로 집회신고를 해왔다"며 "그런데도 국본은 계속해서 행진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신종코로나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노약자들이 많은 곳에 와서 집회를 여는 것은 잘못됐다.주민들을 배려해 달라"고 밝혔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종코로나 확산 우려를 들어 청운·효자동 인근 집회를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글쓴이는 "청운·효자동은 관광객이 수시로 드나들고, 특수학교와 초중고가 밀집해 있어 타 지역보다도 신종코로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과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이 될 수 있도록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해 달라"고 썼다.지난 4일 올라온 이 청원에는 8일 현재 4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이에 앞서 이날 정오 광화문 광장에서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가 열렸다.집회에 나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정치인들과 국민을 향해 "힘을 분산하지 말고 뜻을 합해 문재인(대통령)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우리공화당도 이날 정오께 서울역 인근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이들은 서울역 집회를 마치고 오후 4시30분부터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