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본 전문가들 "폐렴 병변이 폐껍질에 닿은 상태…심장병 통증 오인 가능성"
"지역사회 감염 막으려면 의료진·환자 모두 '폐렴성 통증' 놓치면 안돼"

국내에서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확진된 82세 환자는 고대 안암병원 응급실을 방문하기 전 동네 의원을 찾았을 당시 이미 폐렴에 따른 흉통이 있었지만, 이를 놓쳤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1차 의료기관이 감기 증상 등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를 진료할 때 폐렴에 따른 흉통 여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17일 의료계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9번 환자는 15일 오전 11시께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폐렴 진단을 받기 전 가슴 통증을 느껴 동네 의원을 2곳 정도 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 환자는 동네 의원에서 관상동맥질환(심장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오면서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에서도 응급실 핵심구역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고대안암병원에서 찍은 29번 환자의 폐 CT(컴퓨터단층촬영) 영상을 보면 동네 의원에 들렀을 때 아마 폐렴에 따른 통증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심장병에 따른 통증으로 오인했을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9번 환자 폐 CT 영상을 살펴본 모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A 교수는 "영상만으로 봤을 때 이미 폐렴 병변이 폐의 바깥 부분인 폐 껍질에 닿아있는 상태"라며 "이 정도면 폐가 펴지고 줄어드는 운동 때 통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29번환자, 동네의원 찾았을 때 이미 '폐렴 흉통' 있었을 것"
다른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B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B 교수는 "폐렴에 따른 증상으로는 흉부 답답함과 흉통이 있다"면서 "(29번 환자의 경우처럼) 폐렴이 흉강 벽에 닿아 있는 상태라면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29번 환자의 사례로 볼 때 이제는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 흉통의 원인으로 원인 모를 폐렴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A 교수는 "보통 때라면 심장환자 진료 구역에서 '심장성' 통증인지 '폐성' 통증인지 확인해도 되지만 요즘 같은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을 전체 응급의료기관 의료진이 숙지해야만 혹시라도 모르는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또 환자 측면에서도 흉통으로 병원을 찾을 때 폐렴을 의심할 수 있는 자가 체크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게 A 교수의 설명이다.

B 교수는 방역당국이 빨리 이런 사실을 의료기관에 공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9번 환자 사례는 모든 의사, 특히 응급실 의료진들에게 시사점이 매우 크다"면서 "질병관리본부가 빨리 사실을 파악해 전체 의료기관에 공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