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미중 무역협상·금융시장 등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 반복 표출"
미 고위 관료들은 중국의 투명성 결여 비판…"더 강경 대응" 촉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응을 두고 잇달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나, 측근들은 중국의 전염병 대응 및 투명성 결여를 지적하며 우려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자신의 재선에 있어 중요한 미·중 무역 협상이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금융시장의 혼란, 또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백악관 및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입을 모았다.

한 행정부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강경파 성향 측근들에게 시 주석이 정부를 "완전히" 장악한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한다면 중국이 미국과 협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복적으로 표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주요 항공사가 중국을 오가는 여객편 운항을 중단하고, 미 정부가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고 발표한 지난달 31일 주식시장이 하락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을 부추겼다고 WP는 진단했다.

정부가 추가적인 행동을 취할 경우 경제에 피해가 갈지 모른다는 판단에 이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시장을 위축시킬만한 그 어떤 발언이나 행동도 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으며 여전히 대규모 전염병 발생이 자신의 재선에 타격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평소 그답지 않게 절제됐다.

지난주 백악관에서 주지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선 날씨가 따뜻해지면 이런 종류의 바이러스가 죽는다면서 "코로나19가 4월쯤이면 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시 주석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나는 그들이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두둔했다.

"트럼프, 재선 고려해 中 코로나19 대응 두둔…측근들은 회의적"
그러나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을 포함, 트럼프 행정부 내 코로나 대응 태스크포스(TF) 소속 부처의 고위 관료들은 이런 해석을 반박하며 현 정부가 전적으로 공중보건과 질병 확산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시행한다고 강조했다.

주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최우선 사항으로 둔다"며 "연방정부의 감염병 전문가들로부터 정기적인 실시간 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는 미국인 확진자 수가 15명에 불과하나 전문가들은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우치 소장도 일본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미국인 승객 중 4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재선 고려해 中 코로나19 대응 두둔…측근들은 회의적"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적 평가와 달리 미국 안팎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지난해 12월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진다는 사실을 알리려 한 의사들을 탄압한 적이 있고, 여전히 코로나19 확산 범위에 대해 투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미 정부 역시 중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한 정보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 점을 지적하며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더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4월이면 기온이 올라가 코로나19가 소멸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예컨대 싱가포르는 기온이 26.6℃를 넘고 습하지만 확진자 수가 50명을 넘어섰다.

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4월이면 확산세가 꺾일 것이라는 주장은 "크게 보면 지식을 바탕으로 한 추측인 셈"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재선 고려해 中 코로나19 대응 두둔…측근들은 회의적"
이 때문에 공개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측근들의 발언이 충돌하는 일도 일어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중국의 대응에 실망했다며 중국 정부에 투명성을 촉구했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강경한 어조를 주문했다.

또 조지프 그로건 국내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주위에 중국을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WP는 보도했다.

일부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태도나 미국민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지 등의 사안을 두고 내부에서 갈등이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여러 관계자는 당국이 해외 미국인 탈출에는 집중하는 반면, 빠른 확산 속도에도 미국 내 바이러스 확산 시 어떻게 대처해야할지에 대해선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는 정계 지출 전이었는데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을 비난하고 정부에 국경 폐쇄를 촉구하고 아프리카에서 환자를 치료한 미국인 의사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며 연일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고 WP는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