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든 지역경제 불씨 살린다…지자체별 신속대응 TF 가동
소비촉진·예산 조기 집행·긴급자금 지원·지방세 납부기한 연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여파로 지역 경기가 잔뜩 움츠러들자 지방자치단체마다 대책을 내놓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코로나19 한달] 음식점·시장 '텅텅'…'코로나 쇼크' 극복 안간힘
지난달 19일 국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후 감염에 대한 우려로 축제나 행사 대부분이 취소되고 시민들은 외출을 극도로 삼가면서 지역경제는 물론 일상생활까지 얼어붙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달 10일 28번째 확진 확자가 나온 후 나흘간 신규 환자 발생이 주춤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며 과도한 불안감 차단에 나서고 경기 부양 의지를 내비치자 지자체들도 위기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 행사 줄줄이 취소·경영난에 업계마다 휘청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한달여 간 확진 환자와 접촉자가 전국 곳곳으로 퍼지면서 지역경제 버팀목인 수출과 관광, 소비 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14일 점심시간 직후 서울 신촌역 근처의 한 카페는 테이블 20여개 중 절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

23번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드러나 지난 7일부터 10일 임시 휴점한 이마트 마포공덕점은 재개장한 지 일주일가량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지난달 5번 환자가 방문해 사흘간 휴업했던 CGV 성신여대입구점은 평소 금요일 오후 시간대보다 방문객이 적은 편이었다.

CGV 관계자는 "영업을 재개한 첫날인 이달 3일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재개봉한 영향 등으로 관람객 수가 천천히 회복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제주도가 행정기관과 민간단체 행사 변동사항을 조사해보니 이달과 다음 달까지 50건의 행사가 취소되고 36건이 연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1건은 취소나 연기를 검토 중이다.

제주 중문관광단지의 한 특급호텔은 코로나 19 여파로 주중 점심 뷔페 이용객이 70% 가까이 감소해 이번 주부터 점심 뷔페 영업을 당분간 중단했다.

이 호텔은 이달 들어 객실 가동률이 30%대로 떨어졌고 6월까지 예약 취소가 6천실에 달해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다.

[코로나19 한달] 음식점·시장 '텅텅'…'코로나 쇼크' 극복 안간힘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열흘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모두 20만7천34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47.2%(18만5천20명) 줄어 반 토막이 났다.

4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 평택은 이 환자의 확진 판정이 나온 지난달 27일 이후 위축된 지역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안중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한 상인은 "코로나 사태 이후 시장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장사가 잘 안돼다 보니 매일 새벽 식자재를 사러 오는 식당 운영자들이 요즘엔 3일에 한 번꼴로 온다"고 말했다.

도심 식당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평택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가족 단위 손님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요즘은 매출이 평소의 30% 수준"이라고 말했다.

손님이 줄면서 서빙을 하던 직원들을 내보낸 음식점들도 부지기수다.

8번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알려진 전북 군산지역도 관광객이 줄어 지역경제가 움츠러들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한달] 음식점·시장 '텅텅'…'코로나 쇼크' 극복 안간힘
인천은 관광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인천과 중국 해양도시 10개 항로 카페리 업체들은 코로나 19가 중국 각지로 확산하자 이달 1일부터 여객 운송을 전면 중단했다.

웨이하이(威海)·단둥(丹東) 등 6개 노선 카페리는 승객 없이 화물만 싣고 운항하고 있고, 칭다오(靑島)·옌타이(烟台) 등 4개 노선은 선박 정기검사로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인천∼중국 카페리 여객 수는 사드 갈등 여파로 2017년 60만명까지 떨어진 뒤 2018년 81만명, 지난해 103만명으로 회복 추세에 있었지만, '코로나 쇼크'로 올해에는 100만명 유치가 다시 어려워질 전망이다.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대구·경북 지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 지역의 주요 호텔 예약 취소율은 30∼40%에 이르고 관광지 방문객도 평소보다 30% 줄었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 재정 조기 집행·조기 휴가 추진·피해 기업 긴급 지원
지자체들은 저마다 긴급 경영안정 자금 지원, 소비촉진, 예산 조기 집행 등 대책을 논의하는 비상 태스크포스(TF) 가동에 들어갔다.

경북도는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 조기 휴가 등 대책을 추진한다.

도를 비롯한 공공기관 모든 직원이 이번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 휴가를 일찍 가도록 캠페인을 벌일 방침이다.

또 시·군 향우회 등 출향민이 지역 관광지와 전통시장을 찾도록 고향 방문 주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한달] 음식점·시장 '텅텅'…'코로나 쇼크' 극복 안간힘
인천시는 기획재정부에 관광진흥개발기금 융자 확대를 건의하고 피해가 예상되는 음식점, 숙박업, 도소매 업체에 연 1% 초반대 저금리로 각각 3천만원의 대출 지원을 추진한다.

확진자 방문으로 한때 영업을 중단한 의료·여행·공연·숙박·유통업체에는 지방세 납부기한 연장, 징수 유예 처분 유예 등의 조처를 내릴 방침이다.

하반기 관광객 중점 유치를 위한 특별 인센티브 지원을 검토하고 취소 또는 연기된 단체관광·기업 회의를 하반기에 재유치하는 방안도 협의할 예정이다.

경기 이천시는 중국 우한 3차 귀국자들의 임시 생활 시설인 국방어학원(장호원읍 이황리)이 있는 장호원 지역을 특별지원하기로 했다.

장호원지역 소상공인에게 연간 50만원 한도에서 신용카드 수수료 0.8%를 전액 지원한다.

또 취득세, 지방소득세 신고·납부기한을 최대 1년간 연장하고 자동차세와 재산세는 최대 1년간 징수 유예한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지역화폐(이천사랑 지역 화폐)의 할인율(인센티브)을 6%에서 10%로 상향하기로 했다.

시 공무원들은 주 2회 지역 식당 이용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충북도의회는 중국 우한시의 교민들이 귀국해 임시로 생활하는 충북 진천·음성과 충남 아산, 경기 이천 농산물을 팔아주기 위해 전국 지방의회와 손을 잡기로 했다.

도의회는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와 함께 의회 인터넷 홈페이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농산물 온라인 홍보에 나선다.

지원 품목은 무농약 생거진천 쌀, 청정 음성 고추, 유기농 아산 오이, 임금님표 이천 쌀 등이다.

경기도는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700억원 규모의 특별경영안정 자금을 지원한다.

또 한시적으로 지역화폐 할인율과 월 구매 한도를 확대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부산신용보증재단은 피해기업에 신용등급을 불문하고 긴급 특례보증을 하기로 했다.

부산시도 민관 합동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해 피해 줄이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경기 파주시는 예산 70%를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하는 등 지자체들은 지역경제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도록 예산 조기 집행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대구 서구는 구내식당 휴무일을 매달 2차례에서 4차례로 늘리는 등 지자체마다 구내식당 휴무 횟수를 늘려 지역 식당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행사 취소와 외식 자제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 식당 등을 위한 소비촉진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꽃다발에 들어가는 국화, 안개초 생산량 전국 1위인 경남 창원시는 꽃 소비 진작을 위해 '3대 꽃사랑 운동'을 펼친다.

졸업·입학 때 꽃 전하기, 결혼기념일·생일 등 기념일에 꽃 나누기, 조문 때 꽃과 함께 위로 나누기를 시작했다.

김규식 경기도 경제기획관은 "정부,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지역경제 부담을 덜어주고 기업들이 애로사항을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나보배 이승민 손형주 우영식 강종구 최수호 한지은 김재홍 고성식 최해민 김주환 김철선 이우성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