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경찰인재개발원 24시간 상주하며 교민 돌봐
공무원·보건소 직원·방역 인력·경찰 모두 '숨은 영웅'
주민 엽성식씨, 자비로 이동식 화장실 설치하고 매일 청소까지 궂은 일
의료·심리상담·화장실 봉사…묵묵히 자리지킨 '아산 도우미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중국 우한에서 1차로 귀국한 교민 중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머물던 193명이 2주간의 임시 격리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15일 퇴소했다.

이들이 아무런 탈 없이 건강하게 각자의 터전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동안 임시 생활시설과 주변에서는 의료진과 공직자,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궂은 일까지를 도맡아 했다.

아산시 보건소 직원 150여명은 2주간 비상 근무체계를 유지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보건소 안에는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환자 발생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는 이동진료소까지 갖췄다.

이곳엔 매일 직원 2명이 파견돼 주민 건강과 심리 상태를 꼼꼼히 살폈다.

직원들은 주민 요청을 받으면 가정을 직접 찾아가 체온을 재거나 격려의 말을 건네며 걱정을 덜어줬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언제든 대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행히 큰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심리상담·화장실 봉사…묵묵히 자리지킨 '아산 도우미들'
충남도는 도지사 현장 집무실과 현장 대책본부를 꾸렸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마을회관 가까운 곳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업무를 봤다.

아산시 역시 임시 시장 집무실과 현장 대책본부로 사용할 컨테이너를 마을에 두고 주민과 소통했다.

경찰인재개발원 안에는 의료진(정신과 전문의 포함)과 국방부 군의관·간호장교, 심리상담사 등이 24시간 상주하며 교민을 돌봤다.

방역 인력도 매일 이곳을 지켰다.

경찰은 내부 경비 뿐만 아니라 매일 마을 주변을 순찰하며 주민 불안감을 덜어줬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일을 해결할수 있도록 궂은 일을 자처한 자원봉사자도 있다.

엽성식(60)씨는 경찰인재개발원 안에 이동식 화장실 2동을 자비로 설치했다.

경찰인재개발원 소속 경찰관과 임시 생활 시설 상황실 인력을 위해서다.

마을 주변을 지키는 경찰관을 위해 도지사 현장 집무실 인근에도 화장실 1동을 가져다 놨다.

그는 매일 3∼4차례 인재개발원을 오가며 화장실 청소를 하고, 부족한 물을 채워 넣었다.

지난 주말에는 일찍부터 인재개발원에 가서 밤늦게까지 머물며 시설을 관리했다.

의료·심리상담·화장실 봉사…묵묵히 자리지킨 '아산 도우미들'
엽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이번 상황을 극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일"이라며 "격려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저도 스스로 작은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추운 날씨 때문에 내부 장비 일부가 동파해 애를 먹은 적도 있다고 한다.

엽씨는 "힘들기도 했지만, 오늘 퇴소하는 교민을 보면서 눈물 날 정도로 좋았다"며 "소셜미디어에 고맙다는 글을 남긴 교민도 있는데, 그에겐 다시 아산을 찾으면 커피를 대접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마을인 초사2통의 김재호 통장은 "모두 고생 많이 했는데, 우한 교민들을 잘 보내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보건 수칙을 잘 지키며 생활하면 곧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 재난 위기 상황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낸 '숨은 영웅들'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