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개발원 수용 정부 결정에 한때 반대하다 빗장 열고 적극 지원
1차 귀국 우한 교민 173명 무탈하게 귀가…"이젠 이천 돕자" 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지난달 말 귀국, 진천 충북혁신도시 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머물던 교민 173명 전원이 2주간의 격리 생활을 마치고 15일 오전 무사히 퇴소했다.

우한 교민 포용해 아낌없이 성원…'생거 진천' 이름값 했다

진천군과 주민들은 정부가 이곳 인재개발원을 우한 교민 수용시설로 결정하자 한때 격렬히 반대했으나 곧 마음의 빗장을 열어 이들을 보듬고 14일간의 수용 기간 물심양면으로 성원했다.

그 결과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 불안감이 고조되던 때 넉넉한 마음으로 우한 교민들을 포용하고 성원한 진천군과 주민들이 '생거(生居) 진천'의 명성에 걸맞은 시민의식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수용 반대 철회하고 포용…전국서 후원 물품 보내며 응원
지난달 29일 진천은 벌집 쑤신 듯 오전부터 온종일 시끄러웠다.

1차 귀국 우한 교민 수용시설로 충북 혁신도시 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유력하다는 언론 보도가 흘러나오면서다.

송기섭 진천군수와 김장회 충북도 행정부지사가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함께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우한 교민 수용시설로 확정 발표했다.

이날 하루만 군의회, 직능단체와 학부모회 등이 6차례나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성난 농민들은 인재개발원 앞을 트랙터로 가로막으며 실력 저지에 나섰다.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날 밤 인재개발원을 찾았던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성난 주민들에게 붙잡혀 옷이 찢기고 물병 공격을 당하는 등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튿날 인재개발원을 찾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도 거세게 항의했다.

경찰이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1천여명의 경력과 버스를 동원, 차 벽을 세우고 엄격한 통제에 나서면서 인재개발원 주변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송기섭 진천군수가 적극적으로 주민 설득에 나서고 '우한 교민도 우리가 보호해야 할 국민'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주민들도 점차 마음의 빗장을 열기 시작했다.

주민대책위원회는 우한 교민들이 귀국한 지난달 31일 오전에는 마침내 반대 현수막과 농성 천막을 자진 철거해 입소하는 길을 터줬다.

이후 인재개발원 앞과 진천 도심에는 우한 교민을 반기는 현수막이 들어섰고 온라인에는 우한 교민 응원의 물결이 이어졌다.

우한 교민 포용해 아낌없이 성원…'생거 진천' 이름값 했다

진천군은 입소한 우한 교민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원하는 물품을 부족함 없이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우한 교민을 품자 '통 큰' 결단을 내린 진천군과 주민들에게 전국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온라인에 응원과 격려의 글이 쇄도했고 후원 물품이 줄을 이었다.

지금까지 총 86건 5억8천200만원의 후원금과 물품이 진천군에 답지했다.

◇ 철저한 방역, 충분한 위생용품 공급…주민들 "진천이 더 안전"
인재개발원에 입소한 우한 교민은 1인 1실을 배정받아 철저한 격리 생활에 들어갔다.

매 끼니를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방 밖을 나가지 못한 채 14일 동안 갇혀 지냈다.

교민들은 TV와 인터넷, 휴대전화로 외부와 소통할 수 있었지만, 외부와의 접촉은 완벽하게 차단됐다.

이들이 생활하는 기숙사 입구에 대인 소독기가 들어섰다.

인재개발원 정문에도 자동 분사 소독기, 수동 방역, 대인 소독기 등 3중 방역 체계가 갖춰졌다.

우한 교민 포용해 아낌없이 성원…'생거 진천' 이름값 했다

진천군은 불안해하는 주민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현장 상황실과 감시 초소를 세워 24시간 가동했다.

인재개발원이 있는 충북 혁신도시를 매일 하루 3차례 방역하고 주민들에게 36만개의 마스크와 1만5천개의 손 세정제를 나눠줬다.

송 군수는 매일 현장 상황실에서 대책 회의를 열었다.

주민들과 만나 궁금해하는 것에 충실히 답하고 요구를 수용하며 신뢰를 쌓았다.

불안감이 수그러들자 우한 교민이 입소하자 어린 자녀를 데리고 혁신도시를 떠났던 주민들이 이달 초부터 돌아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한 교민들을 철저하게 격리하고 방역과 위생용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는 진천이 더 안전하다"는 글과 공감 댓글이 속속 올라왔다.

한때 70%까지 치솟았던 혁신도시 어린이집 결석률도 40%대로 떨어지는 등 진천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우한 교민 포용해 아낌없이 성원…'생거 진천' 이름값 했다

◇ "전국에서 보내준 응원이 큰 힘…이제 이천 도와야 할 때"
진천 인재개발원에서 생활해온 우한 교민은 물론 진천 주민 가운데 코로나19 유증상자는 지금까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송 군수는 "어려울수록 단합해 슬기롭게 극복하는 '생거(生居) 진천'의 저력을 확인했다"며 "전국에서 쏟아진 응원과 후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송 군수는 "이제 3차 귀국한 우한 교민을 보듬은 이천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2일 3차 귀국 우한 교민과 이천 주민들을 응원하는 글과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릴레이 응원을 제안했다.

박양규 진천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진천의 각계 인사들이 송 군수 뒤를 이어 온라인 응원전에 가세했다.

송 군수는 진천 인재개발원에 머물던 우한 교민이 퇴소하자 이날 오후 공무원, 주민대표 10명과 함께 이천시를 격려 방문한다.

후원금 500만원을 전달하고 우한 교민 지원과 주변 지역 방역 '노하우'도 전수할 계획이다.

진천 주민들은 "초기 매끄럽지 못했던 정부 대처에 화가 났고 우한 교민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두려웠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혜를 모으면 못해낼 것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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