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철회 권고했던 교육부, 교육청·대학에 중수본 새 지침 전달
이미 취소한 대학들 "다시 하긴 어려워…하더라도 소규모"
집단행사 취소할 필요 없다는데…대학 졸업·입학식 열릴까(종합)
보건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집단행사를 취소할 필요는 없다고 권고하면서 졸업식·입학식을 줄줄이 취소했던 대학들이 행사 개최를 다시 검토할 전망이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2일 '행사·축제·시험 등 개최 지침'을 발표하면서 "집단행사를 전면 연기하거나 취소할 필요성은 낮다"고 밝혔다.

중수본은 "감염증 예방을 위한 방역적 조치를 충분히 병행하며 각종 행사를 추진하면 된다"면서 "사전 안내 및 직원교육, 참가자 밀접 접촉 프로그램 제외, 만약을 대비한 격리공간 확보 등이 이뤄지면 된다"고 안내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13일 오후 모든 시·도 교육청과 대학에 중수본의 새 지침을 전달하면서 "앞으로 집단행사를 개최할 경우 이 지침을 준수하라"고 안내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이후로 "대학 졸업식, 입학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등 집단 행사는 가급적 연기하거나 철회하라"고 대학에 여러 차례 알린 바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정부 차원에서 행사 연기·철회를 권고하는 것은 아니고, 방역 조치를 철저히 한다면 행사를 열어도 된다는 기조로 바뀐 것이다.

집단행사 취소할 필요 없다는데…대학 졸업·입학식 열릴까(종합)
집단행사 관련 지침이 '연기·취소 권고'에서 '철저한 방역 전제하에 허용'으로 바뀐 것은 주중에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잦아든 영향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막 졸업식·입학식 취소를 결정했는데 다시 추진해야 하느냐", "감염병 확산세가 하루하루 다르다고는 하지만 관련 지침은 더 일찍 낼 수 있는 것 아니냐" 등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서울대·고려대 등 전국의 대다수 대학이 2월 중순∼3월 초로 예정했던 졸업식·입학식 및 신입생 OT를 취소했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미 졸업식·입학식과 신입생 OT를 전면 취소한 대학들이 다시 행사를 추진하는 것은 실무적인 이유로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졸업식·입학식 취소를 이미 발표한 A대학의 관계자는 "각 단과대학이 행사에 쓰려던 비용을 마스크·손소독제 등 방역 비용으로 쓰기로 이미 결정했다"며 "억지로 하려면 하겠지만, 원래 생각했던 규모의 행사는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B대학 관계자는 "개강을 2주 연기했으니 입학식과 신입생 OT는 3월 초·중순에 다소 늦더라도 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졸업식은 수차례 회의를 거쳐 취소를 겨우 결정했는데, 다시 할지는 또 회의를 해봐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C대학 관계자는 "졸업식·입학식 취소, 개강 연기 등이 모두 학사일정으로 맞물려 있는 거라 이미 취소 발표한 것을 다시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학부모 등 외부 인원이 캠퍼스 안에 몰려드는 것 역시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졸업식·입학식이 일생에 한 번뿐인 추억이므로 예년처럼 성대한 행사로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온다.

딸이 올해 서울대에 입학한다는 김모(51)씨는 "입학식이 취소됐다는 말을 듣고 아쉬워서 눈물이 다 나더라"라면서 "어차피 개강도 연기한다는데 3월 초·중순에라도 입학식을 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