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 느낀다고 우울증 아니야
사고·집중력 떨어지고 극단 생각
화 늘고 일상생활 안되면 의심

치료받다 중단 땐 재발률 76%
항우울제 쓰면 대부분 증상 호전
첫 치료 때 중도포기 말아야
중국에서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로도 번지면서 지나친 불안과 공포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 적당한 불안감은 신종 감염병의 대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과하면 문제다. 불안 짜증 분노 등의 나쁜 감정이 심해질 위험이 높다. 평소 앓고 있던 우울증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심해지기 쉬운 우울증과 대처법 등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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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반응 지나치면 문제

감염병 등이 유행할 때 생기는 스트레스 반응은 정상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반응이 과도해지면 적대감이 커지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만약 불안감이 지나치고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운 상태가 계속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감염병 발생 상황에 대한 힘든 감정을 없애기 위해 술 또는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도 있다. 감염병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주위 사람에게 털어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주변 사람들은 인내심을 갖고 이를 잘 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부정확한 소문을 전하거나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들은 감염병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쉽다. 아이들 수준에 맞춰 침착하고 안정된 태도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정보를 숙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치게 뉴스를 많이 보는 것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염병에 걸려 격리 치료를 받는 환자는 심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의 질병이 나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함, 자신 때문에 격리된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격리 때문에 생기는 고독함 등을 호소한다. 격리된 환자의 보호자도 마찬가지다. 환자에 대한 걱정, 감염 우려 등의 고민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감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화상통화 등을 이용해 주변 사람과 교류하는 것이 좋다. 가까운 사람과 솔직하게 걱정과 불안, 두려운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고통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

무기력증 심한 우울증 호소도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감염병 유행 상황의 스트레스 반응이 다른 사람보다 심해질 위험이 크다. 국내에서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014년 59만 명에서 2018년 75만 명으로 28% 정도 늘었다. 스스로 우울증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더 많은 사람이 우울증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울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타고난 유전자가 연관된 유전적 요인,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 관련된 신경생물학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대부분은 특정한 사건을 겪은 뒤 병원을 찾는다. 의료진이 심리사회적 요인이 우울증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이유다.

단순히 우울함을 느낀다고 모두 우울증은 아니다. 거의 하루종일 우울함이 지속되고 흥미와 의욕이 떨어졌다면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 사고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반복적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우울증 증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의 변화다. 김우현 유성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환자가 고민 끝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이유는 스스로 느끼기에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라며 “예전보다 화를 많이 내거나, 의욕이 생기지 않거나, 집중력이 떨어져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변화로 불편을 겪은 탓”이라고 했다.

그는 “예전과 너무 달라져 불편함이 심해졌다면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대인관계와 업무능력에 변화가 생겼다면 바로 약을 먹는 것이 좋다. 불편한 상황이 빨리 개선될수록 좌절을 적게 느끼고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적게 걸리기 때문이다.

재발률 높은 우울증

우울증은 재발률이 높다. 처음 발병한 뒤 환자의 50% 정도가 재발을 경험한다. 우울증을 두 번 경험한 환자의 75% 정도가 재발한다. 세 번 이상 재발을 경험한 환자는 90% 정도 재발이 나타난다. 치료가 어느 정도 됐는지에 따라 재발률은 달라진다. 증상이 거의 사라질 때까지 치료한 뒤에는 25% 정도에게서 재발하지만 우울 증상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치료를 멈추면 재발률은 76%에 이른다. 첫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환자에게 가장 많이 쓰이는 치료제는 항우울제다. 항우울제 치료를 시작하면 전체 환자의 3분의 1 정도가 호전된다. 3분의 2는 반응이 없다는 의미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항우울제 치료를 한다.

새 치료를 시작하면 다시 3분의 1 정도가 약에 반응한다. 이런 방식으로 항우울제를 1년간 네 번 정도 바꾸면 전체 환자의 3분의 2 정도는 약이 듣는다. 우울증 치료는 대부분 1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전이다. 환자가 의료진 지시에 따라 치료를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 판단 능력 따라 조현병과 우울증 구분

최근에는 조현병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조현병과 우울증을 혼동하는 사람도 많다. 정신질환은 크게 정신증과 신경증으로 나뉜다. 정신증 환자는 환청, 망상 등의 증상을 실제 있는 증상으로 받아들인다. 현실 판단력이 손상돼 환청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거나 망상의 내용대로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이상 몰입행동을 하게 된다.

반면 신경증 환자는 현실 판단 능력은 있지만 의욕이 저하되거나 불안, 초조 등의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기분장애, 불안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우울증 환자는 조현병 환자와 달리 현실 판단 능력은 유지된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환청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환자 스스로 이것이 환청이라는 사실을 인지한다. 이 때문에 환청의 내용대로 행동하는 일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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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완치 기준을 세우기는 어렵다. 약을 오래 먹더라도 재발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치료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울증 약은 평생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많다.

우울증 완치 판정은 의사마다 다르다. 김우현 전문의는 “예전의 대인관계로 돌아왔는가, 다시 일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는가를 완치 기준으로 삼는다”며 “프로이트가 말했던 ‘행복한 삶이란 일과 사랑, 그것이 전부다’에서 가져온 기준으로, 요즘 환자들에게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대한신경정신의학회, 김우현 유성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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