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됐던 직권남용죄 인정…지난달 대법 전원합의체 제시한 기준 충족
'화이트리스트' 김기춘·조윤선 파기환송…강요죄 무죄 취지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 지원(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쟁점이 됐던 직권남용죄는 원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지만, 강요죄를 유죄로 본 부분에는 잘못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자금지원 요구가 강요죄가 성립될 만큼의 협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자금지원 요구는 직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전경련 부회장의 자금지원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직권남용죄 법리에 따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죄를 따질 때 '직권을 남용한 것인지'뿐만 아니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인지'에 해당하는지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는데, 화이트리스트 사건은 두 가지 범죄성립 기준에 모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전 실장 등은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블랙리스트' 사건과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도록 한 '화이트리스트' 사건 모두 항소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1·2심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