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청해도 장애인이라고 무시당해"…도움 요청한 67.3%는 2차 피해
인권위, 장애인 체육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장애인 운동선수 10명 중 1명 성폭력 피해…각종 폭력에도 노출

"지체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성폭력 피해에도 적용됩니다.

운동부 안팎으로 도움을 청해도 지체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피해 사실을 무시당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
"나를 위한 지도라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신체접촉을 원하지 않아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의 '장애인 체육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담긴 피해 증언 내용이다.

인권위는 13일 인권위 교육센터에서 '장애인 체육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보고'를 열고 지난해 10월 1천55명 장애인 체육선수(중·고등·성인)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및 심층 면접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장애인 선수 22.2%는 신체적 폭력이나 언어폭력 등을 경험했다.

또 9.2%는 언어나 육체적 성희롱, 성폭행 등을 경험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 장애인 선수의 13.6%가 성폭력을 경험했고 남성 장애인 선수도 7.8%가 성폭력을 겪었다.

가해자는 동료·후배 선수가 40.6%(중복응답)로 가장 많았고, 선배선수(34.3%), 감독·코치(25.2%) 순이었다.

피해 장소는 훈련장(41.3%), 경기장(28.0%), 회식 자리(18.2%) 등이었다.

한 장애인 선수는 "코치가 선수들 허락도 없이 머리나 어깨 등 신체 일부를 만지고, '만지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렇게 성폭력을 당해도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긴 어려웠다.

성폭력 피해자의 50.0%는 '도움을 요청하지도, 외부기관에 신고하지도 않았다'고 답했으며 대응하지 못한 이유에 39.4%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장애인 선수 48.6%만이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장애인 선수는 "신체 폭력이나 성폭력 피해를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고, 알았다고 해도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돼 신고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진술했다.

여성 장애인 선수의 18.2%는 생리 중에도 휴식이나 휴가를 요구할 수 없고 28.9%는 생리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이를 숨기고 경기나 훈련에 나섰다.

시합을 앞두고 피임약을 먹어 생리를 미룬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11.8%나 됐다.

장애인 선수 10명 중 2명은 폭언이나 폭력에도 노출돼 있었다.

그러나 폭력 피해 이후 84.5%가 주변이나 외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38.1%는 '얘기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고 22.4%는 '얘기하면 선수 생활에 불리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실제로 내·외부 기관이나 지도자 등에게 도움을 요청한 경우 67.3%는 '불이익 처분 등 2차 피해를 보았다'고 답했다.

심층 면접에 참여한 한 장애인 선수는 "언어적·신체적 폭력이 계속돼 운동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만두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다른 운동부로 가고 싶지만, 지도자가 인맥이 넓어 이동하기도 어렵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장애인 선수들 상당수는 체육시설 이용 등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공공시설 이용자의 24.9%, 민간 체육시설 이용자의 21.4%는 '장애인이라 안전상의 이유로 이용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공공시설 이용자의 15.6%, 민간시설 이용자의 17.0%는 '장애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시설 이용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었다.

이번 조사를 수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 장애인 체육선수 지도자의 장애 감수성 및 인권 교육 의무화 ▲ 장애인체육회 내 인권상담 인력 보강 및 조사 절차의 독립성 강화 ▲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 및 공공 체육시설에 대한 장애 영향평가 실시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인권위는 "전문가 및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정책개선 대안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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