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 교수 일기 공개…"범행 주도 증거" vs "과잉금지 위반"
정경심 "일기까지 증거로, 인생을 털어"…검찰 "관련 있는 자료"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이 '과잉 증거'를 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혐의와 관련이 있는 자료이기 때문에 제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검찰이 증거를 내면서 형사소송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정을 교묘히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증거 조사 과정에서 정 교수의 휴대전화 메모를 공개했다.

"1월 18일에 꿈을 꿨다"는 말로 시작되는 일기 형식의 이 메모에는 "남편이 민정수석 한 지 10개월이 넘었다.

브레이크도 없이 전력 질주해 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글은 "코링크에 투자한 지 1년이다.

1차는 회수할 것이고 2차는 두고 보겠지만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겠다.

아들이 로스쿨 준비를 하는 데 성공했으면 좋겠다.

딸은 건강히 의사 공부를 마치면 좋겠다"는 등의 소망으로 이어진다.

검찰은 이런 내용을 보면 정 교수가 주도적으로 펀드 투자 등을 계획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의 변호인은 "이렇게 일기까지 증거로 제출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어긴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변호인은 "형사소송법은 탐색적이고 포괄적인 증거 수집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특히 요즘은 디지털 증거가 압수수색 되면 그 사람의 전 인생이 털리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입시비리와 전혀 상관없는, 의대 입학 이후 현재까지 정 교수와 딸 사이 문자 메시지까지 전부 증거로 냈다"며 "딸과 언제 극장을 간다는 등 인생이 다 들어있다"고 호소했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입시비리와 관련해 검찰이 제출한 일부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했다.

특히 정 교수가 동양대에서 사용한 컴퓨터를 조교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부분에 대해, 해당 조교는 컴퓨터의 소유자가 아니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컴퓨터에서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에 사용된 파일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처음부터 위조 파일이 있는 것을 알고 있던 것이 아니다"라며 "조교가 사용하는 사무실에 쓰지 않는 컴퓨터가 있기에 정식 임의제출 절차를 밟아 포렌식을 해 보니 표창장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잉 증거' 주장에 대해서도 "일부분만 제출한다면, 검찰에 유리한 것만 제출한다고 변호인 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에 전체를 모두 제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런 자료들은 딸의 허위경력 등 공소사실에 충분히 부합하기 때문에 제출한 것이지, 상관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증거가치가 있는지는 조사한 이후 판단해도 되는데 과도하게 위법수집 증거 주장을 하며 재판을 파행으로 이끄는 것은 유감"이라고 맞섰다.

양측의 논쟁에 대해 재판부는 "입증 계획은 추후 새 재판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정리했다.

오는 24일 자 인사로 정 교수 사건 재판부는 교체된다.

이날 정 교수 측은 "증거의 상당 부분이 오염됐거나 능력이 없으므로, 이는 보석 사항에 해당한다"며 재차 석방 결정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바뀌는 입장에서 저희가 결정하긴 어렵다"고 거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