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공부해 들어간 경찰학교서 본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문구에 감동
격리 생활하며 아이들과 영상통화…집 찾아가 창밖으로 '눈물의 인사'
우한교민 이송버스 세번 운전한 아빠 경찰관 "허락한 아내 존경"
"아이들이 있는데도 허락한 아내가 정말 존경스러워요.

서장님이나 청장님이 지시해도 아내가 허락해주지 않으면 못 했을 거예요.

"
서울 금천경찰서 형사과 소속 최용훈(39) 경장은 12일 오전 본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는 정부의 3차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우한 교민과 중국인 가족을 김포공항에서 격리시설인 경기도 이천 합동군사대학교 국방어학원으로 이송했다.

최 경장 등 21명이 운전하는 경찰버스가 147명을 나눠 태웠다.

앞서 지난달 말 1·2차 전세기가 왔을 때 교민들을 격리시설로 이송했던 경찰관 36명 가운데 이날도 운전 업무를 맡은 경찰관은 최 경장을 포함해 5명이다.

최 경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20대에 따놓은 1종 대형 운전면허를 이렇게 써먹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웃었다.

그는 "1차 전세기가 오기 전 버스를 운전할 경찰관을 모집할 때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공포가 지금보다 훨씬 심각했다"며 "잘 아는 계장님이 교민 이송을 제안했을 때 적잖이 망설였다"고 돌아봤다.

그가 선뜻 나설 수 없었던 것은 세 자녀가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자신을 통해 아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우한교민 이송버스 세번 운전한 아빠 경찰관 "허락한 아내 존경"
우한교민 이송버스 세번 운전한 아빠 경찰관 "허락한 아내 존경"
이런 그에게 결단을 내리게 한 것은 순경 후보생으로 입교한 중앙경찰학교에서 본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라는 짧은 문구였다.

최 경장은 "7년 만에 경찰 시험에 합격해 들어간 중앙경찰학교에서 본 이 문구에 전율을 느꼈다"며 "아내에게 이 문구를 얘기하면서 국가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주부로서 2015년생 딸, 2017년생 아들, 2019년생 딸 양육을 전담하는 아내는 예상 밖으로 남편의 이런 의지를 존중해줬다고 한다.

이 문구는 최 경장이 3차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교민 이송에 발 벗고 나서는 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최 경장은 지난달 말 1·2차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교민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이송했다.

방호복과 마스크, 고글 등을 착용했지만,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지금까지 경기도의 한 임시 숙소에서 묵고 있다.

형사로서 업무도 보지 못하고, 집에도 가지 못하는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최 경장은 숙소에서 아이들과 영상 통화를 하다가 너무 보고 싶어 경기도 부천의 집으로 두 차례 직접 찾아갔다.

감염 우려로 인해 집에 들어갈 수는 없어 아내와 아이들에게 2층 베란다로 나오게 한 뒤 '눈물의 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날 3차 운송 업무로 당분간 더 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 최 경장은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해 가정도 돌보고 형사로서 본업에 충실하고 싶다"며 웃었다.

우한교민 이송버스 세번 운전한 아빠 경찰관 "허락한 아내 존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