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대 총장에 임명된 '야구레전드' 박노준 "내 인생은 아직 5회초…새 도전 이어가겠다"
원조 야구팬들에게 ‘박노준’은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이름이다. 그는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 큰 인기를 끌던 고교야구 리그에서 ‘야구천재’로 불렸다. 어느 날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로 출전했다가 다른 날은 배트를 들고 타자로 나와 홈런을 때렸다. 야구팬들은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를 앞서는 ‘원조 이도류’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투수에서 타자로, 타자에서 투수로 변신하던 그는 은퇴 후에도 변신을 거듭했다. 야구코치부터 해설자, 프로구단 단장, 교수까지. 명함에 쓰인 그의 직업은 계속 바뀌었다. 그런 그가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대학 총장이다.

지난 11일 안양대 제11대 총장으로 임명된 박노준 신임 총장(58·사진)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자리에 안주하면 안 된다’는 게 나의 오랜 지론”이라며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준비하고, 도전한 끝에 6000명이 넘는 학생이 재학 중인 대학을 이끌 기회까지 얻게 됐다”고 말했다. 박 총장의 임기는 2023년 2월까지 3년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때부터 미래를 내다보고 남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동기들이 체육교육학과로 진학할 때 그는 경영학과를 택했다. 언젠가는 야구선수로서 생명이 끝날 것이고, 사회에 나갔을 땐 경영학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 대학 졸업 후에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성균관대에서 스포츠산업학 석사 학위를, 호서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 신임 총장은 “운동선수라고 공부와 담을 쌓고 살았다면 은퇴 후 사회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배움을 이어간 덕에 프로구단 단장과 교수, 총장이라는 기회까지 찾아왔다”고 했다. 이어 “스포츠계 후배들에게 ‘선수도 구단장이 될 수 있고, 대학 총장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직전까지 우석대 교수였던 그는 안양대에서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이 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신임 총장은 “대학도 크게 보면 하나의 기업”이라며 “인적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재정을 확보하는 등 대학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학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안양대는 교수들의 역량도 뛰어나고, 위치도 좋지만 그에 비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며 “탄탄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해 수도권 명문 사학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박 신임 총장은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야구로 치면 내 인생은 5회 초쯤 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 다른 변화, 또 다른 홈런을 위해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