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루머 퍼지면 발빠른 방역 어려워"
“감염병 환자는 범죄자가 아닙니다. 누군가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감염됐고 예기치 않게 누군가에게 전파시킨 상황인 거죠. 이들을 설득해 신속하게 조사하고 추가 전파를 최소화하는 게 우리 역할입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2팀장(예방의학과 전문의·역학조사관)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에 입사해 결핵조사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 팀장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역학조사관으로 근무했다.

역학조사관은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이 환자를 통해 추가 감염자가 생기는 것을 막는 현장 사령관이다. 환자 발생이 확인되면 박 팀장은 기초 역학조사서를 분석한 뒤 현장을 찾는다.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등의 인력과 함께 접촉자를 분류하고 환자 동선 등을 따라 6시간 안에 필요한 사전 조치를 한다. 5~10명 정도의 현장대응팀이 출동해 정보를 분석하고 현장조사를 끝내는 데까지 24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목표다. 그는 “짧은 시간에 정확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다른 질환보다 신속하게 대응해야 해 시간적 압박감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잘못된 정보다. 그는 “추가 환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해야 할 역할이 있는데 루머가 돌면 이를 확인하고 조사하는 데 힘을 쏟게 된다”며 “산불이 나서 불을 끄기 위해 출동했는데 거짓 산불 신고면 소중한 자원이 분산된다”고 했다.

환자의 진술과 신용카드 이용 내역, 폐쇄회로TV(CCTV) 등을 통해 상황을 판단하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3번 환자(55)는 지난달 22일 저녁 처음 증상이 생겼다고 진술했지만 증상 발생 시기는 오후 1시께로 정정됐다. 역학조사팀이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해 약국을 방문했던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중국 우한 밖에서도 환자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바뀌는 것은 조사팀에도 큰 어려움이다. 그는 “바로 직전까지도 캄보디아를 다녀온 뒤 증상이 생긴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두고 회의를 했다”며 “캄보디아에 환자가 실제 없는 것인지, 보고가 안 된 것인지 등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역학조사관 인력 보강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방은 역학조사단 규모가 작고 팀플레이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가 관심을 두고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