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전파 경로 파악 주력…환자 진술 토대로 동선·접촉자 '틈' 메워
'범죄자 취급' 비협조 모드에는 설득…"처벌·통제 아닌 보호 위한 조사"
신종코로나 최전방 지킴이 역학조사관…"시간·불확실성과 싸움"

"24시간이 쉴 새 없이 돌아갑니다.

환자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어떤 행동을 했을지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추론해 정확한 정보를 끌어내야 하죠."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 2팀장은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방역 최전선에서 일하는 상황을 설명하며 '시간,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라고 정리했다.

예방의학과 전문의인 박 팀장은 2011년부터 질병관리본부에서 일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방역 현장을 이끈 '베테랑'이기도 하다.

박 팀장은 이날 기자단 설명회에서 "기존에 알려진 감염병은 발생 신고가 들어와 출동한 뒤 조사·대응하는 데까지 여지가 있었지만, 신종코로나는 신속히 출동해서 조사해야 한다는 '시간적 압박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확진 환자가 한 명씩 나올 때마다 박 팀장을 비롯한 역학조사팀에는 말 그대로 '비상'이 걸린다.

확진 환자의 감염 경로와 감염 후 동선, 접촉자 등을 1초라도 빨리 찾아내야 감염병 확산을 신속히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와 관련한 모든 정보가 한데 모이고, 현장에 나갈 팀이 구성된다.

해당 팀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지역 보건소, 시·군·구청과 정보를 공유하며 가능한 한 6시간 이내에 사전 조처를 끝낸다.

현장에서도 일분일초가 급하다.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으로 구성된 역학조사팀은 누가 동선을 파악하고, 현장 조사를 할지, 데이터 관리를 어떻게 할지 등 업무를 나눠 움직인다.

박 팀장은 "환자가 어디에서부터 감염되었고, 어떻게 전파되었는지 등 '아웃라인'(윤곽)을 잡은 뒤 세부적인 사항을 심층 조사한다"며 "조직적으로, 신속 정확하게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종 감염병이다 보니 불확실성이 많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현장 상황을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조치해야 하는 경우를 매번 직면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사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역학적·임상적 관련성이라고 박 팀장은 설명했다.

신종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국가를 방문한 적 있는지, 확진 환자와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를 무엇보다 빠르게 확인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기침,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 유무 등도 폭넓게 파악한다.

신종코로나 최전방 지킴이 역학조사관…"시간·불확실성과 싸움"

그러나 바이러스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武漢)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발생 환자가 생기면서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는 탓에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다.

예컨대 일본 확진 환자와 접촉한 뒤 국내에 입국한 12번 환자(48세 남성, 중국인), 태국 여행을 다녀온 뒤 확진된 16번 환자(42세 여성, 한국인) 등은 방역당국을 '긴장'하게 한 사례다.

박 팀장은 "우한을 시작으로 후베이(湖北)성, 해외 국가 등 신종코로나 발생 상황이 매일 달라지고 있다.

사례 정의에 맞지 않는 환자가 발생하면 대응 체계, 전략 또한 바뀌어야 한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환자들의 동선, 접촉자 파악하는 일도 매번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을 환자 본인의 '진술'에 많이 기대고 있다.

정확한 동선이나 접촉자 범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폐쇄회로(CC)TV, 카드사용 내용 등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역학 조사 대상인 모든 사람이 '협조'적으로 조사에 임하는 것도 아니다.

박 팀장은 "조사 대상자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면서 "자신도 모르고 감염이 되고, 의도치 않게 (다른 이에게) 전파를 시킨 상황인데 '범죄자' 취급한다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럴 때마다 '공공성'을 다시 이야기한다.

처벌이나 통제가 아니라 가족·지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조사대상) 감시·격리 조처 등이 필요하다고 설득하면 대부분 협조를 해준다"고 강조했다.

박 팀장은 역학조사 인력에 대한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의사 출신들이 역학조사관 채용에 많이 지원하지 않는 것은 생소함, 즉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며 "역학조사관에 대해서 알리고, 접할 기회를 늘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숙련된 역학조사관 1명을 양성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경험이 쌓여야 한다"며 "지방에서도 관심을 갖고 과감하게 투자해 조사관을 확충,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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