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온 지역의 학원들이 잇따라 휴원하고 있다. 하지만 휴원 일정이 제각각이어서 학원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학원가 '우한 폐렴 휴원' 제각각…학부모 혼란 가중
지난 10일 경기 시흥에 있는 한 태권도 학원은 오는 16일까지 1주일간 휴원에 들어갔다. 9일 시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3명이 발생해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나온 조치다. 인근 보습학원과 피아노 학원도 휴원을 결정했지만 휴원 기간은 각각 5일, 14일로 제각각이었다. 반면 일부 학원은 휴원 조치 없이 그냥 운영했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있더라도 일선 교육청은 학원들의 휴원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원은 운영자 자율에 따라 휴원 여부를 판단하도록 돼 있다.

‘우한 폐렴’ 확진자와 자가격리 대상자가 나온 서울 양천구·성북구·중랑구 등에선 서울교육청이 학원 300여 곳에 휴원을 권고했으나 일부 학원은 영업을 계속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휴원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도 빗발치고 있다. 경기 성남 분당 등 일부 지역 맘카페에선 학부모가 직접 학원들의 휴원 일정을 정리해놓은 표를 올려 공유했다.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자 서울 대치동 등 일부 학원가에선 학원 내부를 소독하며 ‘학부모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서초구에 있는 한 영어학원 관계자는 “매주 소독업체를 불러 소독하고 있다”며 “손소독제도 비치해 휴원 조치까지 가진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확진자가 나온 지역에서는 면역력이 약한 저연령 학생들이 등원하는 학원의 휴원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시흥에 있는 한 미술학원 운영자는 “이미 지난주부터 학생들이 절반 넘게 오지 않아 한 달간 휴원하기로 했다”며 “수입은 없는데 월세, 관리비, 선생님 급여는 고스란히 빠져나가 생계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거듭된 휴원으로 긴급 구호자금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와 11일 기준 1100여 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경기 수원에서 지난주 휴원에 들어간 한 초등학생 보습학원 관계자는 “학원비 납입일을 1주 미루기로 하고 학원을 1주 쉬었다가 1주 더 휴원 기간을 늘렸다”며 “휴원이 길어지면서 개인사업자로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과 쉬는 선생님들 모두 대출을 받아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