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밀집한 시험장서 한국사능력시험·토익 등 치러
채용일정 맞추려 '불안해도 응시'…기업들도 줄줄이 채용일정 연기
"시험 안볼 수도 없고"…신종코로나에 취업준비생 속 탄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취업준비생 임은지(23)씨는 지난 8일 치러진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앞두고 예정대로 응시할까 말까 고민이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이 빠르게 퍼지면서 시험을 주최하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응시 자제'를 요청해온 탓이다.

임씨는 "그러잖아도 구리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온 터라 전날까지도 시험을 취소해야 할까 고민했다"면서도 "이달에 한국사 시험을 치지 못하면 상반기 채용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가 없어 마스크를 쓰고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 감염증 확산 우려 속에 여러 사람이 모인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시험을 치러야만 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9일 학원계에 따르면 국사편찬위원회는 시험을 이틀 앞둔 지난 6일 응시 취소를 요청하면 응시료를 환불해준다는 내용의 '응시 자제 권고' 문자를 발송했다.

이날 토익(TOEIC)과 HSK(중국한어수평고시)에 응시하려던 수험생 역시 원한다면 시험을 연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 취업준비생은 채용 일정에 맞춰 성적을 제출해야 하는 만큼 감염 불안감을 무릅쓰고서라도 예정대로 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도연(25)씨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1년에 4∼5번밖에 기회가 없고, 토익 역시 시험을 보고 2주 남짓 기다려야 성적표를 받아볼 수 있다"며 "상반기 채용 지원서에 어학 성적과 자격증을 기입하려면 시험을 미룰 수가 없어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이달 말에는 매년 한 차례 시행되는 국가공무원 5급 행정직 공개경쟁채용시험(옛 행정고시)과 공인회계사(CPA)시험의 1차 시험도 예정돼 있어 수험생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급 행정직 공채를 준비중인 임모(24) 씨는 "1차 시험인 29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신종코로나 사태가 계속 심각해져 걱정"이라며 "대학 개강·종강일이 밀리면서 6월 하순으로 예정된 2차 시험 역시 지장을 받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필기·면접 등 채용 일정을 미루겠다는 기업도 늘어나 취업 준비자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시험 안볼 수도 없고"…신종코로나에 취업준비생 속 탄다
지난달 말 신입사원 채용 서류전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던 NS홈쇼핑은 이달 4일 돌연 '신종코로나로 채용 전형을 잠정 연기한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NS홈쇼핑에 지원한 박모(22)씨는 "정확히 언제까지라는 말도 없이 채용이 무기한 연기돼 무척 당황스럽다"며 "인·적성 시험이 미뤄져 계획했던 스터디 역시 모두 취소해야 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는 9일로 예정된 필기시험 날짜를 23일로 옮겼다.

한진, GS EPS,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등도 신종코로나 여파로 전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 일정이 불확실해지면서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는 '시험이 연기돼 일정이 다 틀어졌다', '이번에 꼭 취업해야 하는데 여파가 다른 기업까지 미칠까 걱정이다' 등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이어졌다.

공기업 준비생 구모(27)씨는 "공채 시즌을 앞두고 건강관리에 신경쓰고 있는데, 각종 시험 일정까지 영향을 받으니 걱정"이라면서 "신종 코로나도 무섭지만 '불합격'이 더 두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