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향기네 무료급식소 임성택 대표, 매일 180명에게 점심 제공
식당 운영해 번 돈 아껴 자원봉사자들과 '연중무휴' 급식소 꾸려
[#나눔동행] 20년 개근 급식봉사…7천300일 이어온 나눔의 기적

"먹고 살만해지면 남을 돕겠다고 결심했어요.

배고픈 이웃에게 식사 한 끼라도 대접한다고 시작한 일이 어느덧 20년이 됐네요.

"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경인전철 부천 송내역.
역의 남쪽 출입구로 나오면 왼편으로 기다란 음식점 골목이 펼쳐진다.

골목 초입에서 30여m를 들어가면 오래돼 보이는 건물 1층에 '시골해장국집' 간판이 보이고 이어서 '향기네 무료급식소'(부천시 소사구 송내1동 299-8)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달 30일 오전 찾아간 향기네 급식소는 밥을 먹으려고 일찌감치 찾아온 노인들과 이들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로 북적댔다.

바로 옆 시골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임성택(53)씨가 이 급식소의 대표다.

130㎡가량의 급식소 안에 놓인 15개 테이블에 4명씩 앉은 노인들은 벽에 걸린 커다란 TV를 보며 급식 시간을 기다렸다.

정오에 맞춰 이날 반찬으로 준비한 콩나물, 어묵, 김치가 수북이 담긴 접시들이 테이블에 올랐다.

봉사자들이 금방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과 뜨거운 우거지 된장국을 개인별 그릇에 담아 노인들 앞에 내려놓기 무섭게 식사가 시작됐다.

노인들은 밥을 국에 말아 후후 불어가며 한 그릇을 후딱 비웠다.

10여분 만에 식사를 마친 노인들은 지팡이 삼아 가져온 우산을 짚고 급식소를 나서며 봉사자들에게 "잘 먹었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다시 봉사자들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테이블 위의 빈 그릇을 치우고 행주로 닦아내자 밖에서 줄지어 기다리던 새로운 60명의 노인이 급식소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이렇게 하루 세 번, 모두 180명의 노인이 향기네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이들은 대부분 70∼80대이고 90대 고령자도 있는데 부천과 인천은 물론 서울에서도 공짜 전철을 타고 온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나눔동행] 20년 개근 급식봉사…7천300일 이어온 나눔의 기적

원래 직장 생활을 했던 임 대표는 부천에 식당을 열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어려운 이웃으로 눈을 돌렸다.

처음에는 급식을 도와줄 봉사자를 구하지 못해 밥보다 준비가 간단하고 혼자서 몇 그릇만이라도 대접할 수 있는 국수를 제공했다고 한다.

"2000년 1월 무료급식소를 열고 한동안 국수를 말아 드렸는데 면의 밀가루 냄새 때문에 매일 드시기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주위에서 한분 두분 급식 봉사에 동참에 주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밥을 드릴 수 있게 됐어요.

"
향기네 무료급식소는 일 년 중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도 평소처럼 자원봉사자들이 조를 나눠 한 끼 식사가 절실한 이들을 위해 급식소를 지킨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던 2003년에는 보건당국의 결정으로 급식소를 열 수 없게 되자 20여일간 도시락을 싸서 급식소를 찾아온 이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급식소에 필요한 식자재비와 월세 등 한 달 평균 운영비 800만원은 후원금으로 절반가량을 충당하고 나머지 절반은 임 대표의 몫이다.

그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아내와 학원·과외 한번 제대로 못 받은 대학생 두 자녀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라고 한다.

[#나눔동행] 20년 개근 급식봉사…7천300일 이어온 나눔의 기적

요즘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식당 운영이 어려워져 빠듯한 형편에서 급식소 운영비로 매달 수백만원씩 대는 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임 대표는 온갖 어려움에도 이곳 급식소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20년 1개월을 이어온 '나눔의 기적'이 온전히 봉사자들에게서 나왔다며 자신을 낮췄다.

"현재도 150명의 봉사자가 개인 시간을 짜내서 급식소 일을 돌봐주세요.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10년 넘게 함께 하시는 봉사자들이나 매달 만 원씩 모아서 식자재값에 보태라는 동창들 같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에게서 큰 힘을 얻습니다.

"
이날 향기네 급식소에서 만난 8명의 자원봉사자는 부천·인천·김포·파주·안산에서 왔다.

파주에서 온 봉사자 김효선(57)씨는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에 이곳에서 음식을 만든다.

'자랑할 일이 없다'고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던 김씨는 "친구에게서 급식 봉사 얘기를 듣고 4년 전부터 하고 있다"면서 "내 부모님 같은 분들께 밥 한 끼 대접하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임 대표는 자신의 힘이 닿는 데까지 하루라도 더 급식소를 여는 게 목표다.

그는 "20년간 급식소를 운영하면서 요즘처럼 사정이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면서 "경기가 계속 나빠지면서 '정말 한계가 왔구나'라고 느낄 때가 많지만, 어떻게든 급식소를 꾸려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