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취업시장도 얼어붙었다. 일자리를 찾아볼 수 있는 채용박람회들이 잇따라 취소·연기된 데다 각종 어학·국가자격시험도 주무기관들이 ‘응시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면접이나 필기시험을 미루는 기업까지 나오면서 상반기 채용이 벌써부터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관계자는 오는 27일 열릴 예정이던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엑스포’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행정안전부와 일자리위원회를 비롯해 서울, 인천, 부산, 울산, 대전시 등 60개 이상 지방자치단체들이 참여하는 지방공공기관 채용박람회다. 위원회 관계자는 “채용박람회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최종적으로 연기를 결정했다”며 “개최 일정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여는 채용 행사도 잇달아 취소됐다. 대구시는 14일 개최 예정이던 ‘대구 사회적경제청년채용박람회’를 “바이러스 확산 예방 차원에서 취소한다”고 지난 3일 공지했다.

각종 자격시험도 우한 폐렴이 확산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산업인력공단은 이달 치러지는 국가기술자격시험 수험자 모두 시험일 2일 전까지 연기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이날 공지했다. 앞서 산인공은 우한 폐렴 확진자, 유증상자, 중국 입국자에 한해서만 응시 자제 및 응시료 환불을 조치했지만 범위를 확대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주관하는 국사편찬위원회도 6일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이유로 시험 응시를 자제해달라는 공지를 올렸다.

기업들도 우한 폐렴 여파로 채용 시험이나 면접을 미루고 있다. 농협은행(농협중앙회)은 9일로 예정된 필기시험 날짜를 2주 뒤인 이달 23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GS그룹 계열사인 GS EPS 역시 8일 예정된 필기시험을 한 달가량 미뤘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도 같은 날 예정된 필기전형 일정을 2주 연기하기로 했다. 한진그룹 내 물류사업을 담당하는 (주)한진은 10~12일 사이 예정된 상반기 채용 면접을 잠정 중단했다.

채용박람회는 물론 자격시험, 채용시험까지 연기되자 취업준비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농협 채용에 대비해 문제집을 풀고 있는데 바이러스가 변수가 될 줄은 몰랐다” “하반기로 인원을 넘겨서 한 번에 뽑겠다고 할까 봐 걱정이다” 등 불안을 토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