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세계가 정보감염증(infodemic) 상태라고 표현했다. 정보감염증은 정보(information)와 감염병(endemic)의 합성어다. 무분별한 정보가 미디어, 인터넷 등을 통해 급격히 퍼져나가는 것이 감염병과 비슷해 만들어진 신조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과도한 정보가 퍼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 중에는 잘못된 정보도 많다. 사태 초기인 지난달에는 중국 내 상황이라고 이름 붙은 동영상이 무분별하게 확산됐다. 국내에서 감염자가 늘면서 특정한 병원과 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잘못된 정보가 꾸준히 유통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의 냉정한 대응이 중요해졌다. 이 질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무증상 감염 주장했던 독일 의료진, 오류 인정
[이지현의 생생헬스] 애완견·택배로도 감염? 가능성 희박…환자 머문 곳 위험? 소독 뒤엔 안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두고 가장 논란이 큰 사안은 무증상 감염 여부다. 중국 내에서 처음 무증상 감염 논란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세계 의·과학계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독일 연구진이 세계적 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독일 내 무증상 감염자 리포트를 실으면서 이를 인정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하지만 이후 이 논문은 오류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독일 연구진은 독일 체류 중 증상이 없다가 중국으로 돌아간 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사례를 들어 무증상 감염을 보고했는데, 알고 보니 이 환자가 독일에 있을 때부터 근육통과 피로감을 느껴 해열제를 먹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환자를 직접 인터뷰하지 않고 환자로부터 감염된 독일 환자들의 말만 믿고 사례를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독일의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로베르트코흐연구소 등은 이런 사실을 NEJM에 통보했다. 이후 스웨덴 보건당국 등은 “NEJM 논문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바로 잡았다.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국내 연구진의 모임인 대한바이러스학회도 “무증상 기간에 감염자와 접촉해 전파됐다고 지난달 말 보고된 독일 연구 사례는 오류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학회는 “현재까지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바이러스 전파 과정에서 무증상 감염자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 작지만 혹시 있더라도 이 사람이 감염병 확산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에서 의도적으로 퍼뜨린 감염병 논란도

중국에서 의도적으로 신종 감염병을 퍼뜨렸다는 얘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중국 우한에 감염병 연구 시설로는 가장 등급이 높은 BL4 연구실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곳에서 생화학 무기를 만들다가 잘못 퍼졌다는 괴담이다. 인도 연구진이 이번에 유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 유전 정보를 분석했더니 유전자 네 군데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서 유래했다는 결과를 바이오알카이브에 발표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논문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주장한 네 곳 중 비슷한 것은 한 곳뿐인 데다 이것도 염기서열의 길이가 짧아 인위적 조작으로 보기 어렵다고 과학계는 반박했다. 과학계 집단 지성의 힘으로 오류가 많은 논문으로 확인됐고 결국 논문은 철회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유행하면서 중국에서 오는 택배와 중국산 음식 등을 통해서도 감염되는 것 아니냐고 두려워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가능성은 극히 작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는 대체로 몸 밖 표면에 떨어졌을 때 생존율이 높지 않다는 것이 대한의사협회의 설명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수일 내지 수주간 실온에서 운송되는 소포와 제품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굉장히 작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수입 물품을 통해 감염이 전파된다는 증거는 없고 감염 사례도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환경 소독 거치면 추가 감염 위험 낮아

환경 소독을 한 곳도 마찬가지다. 환자들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이곳을 가지 말아야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정부가 환자 동선을 공개하는 이유는 환자가 있었던 당시에 같은 공간에 있던 사람에게 증상이 나타나면 신고해달라는 취지다. 이곳이 지금까지 오염된 장소라는 의미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바이러스는 몸 밖으로 나오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사멸한다. 사람 코로나바이러스는 침 등의 수성용매에서 6일 정도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돌 플라스틱 등 건조한 무생물의 표면에서는 생존 시간이 3시간 정도다. 더욱이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장소는 대부분 환경 소독을 거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에틸알코올만으로도 죽는다. 에틸알코올은 바이러스의 단백질 껍질을 망가뜨려 핵산을 더 이상 숙주 세포에 감염시키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에틸알코올을 60% 이상 포함한 손 세정제도 이런 원리다.

애완동물을 통한 감염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WHO는 “현재까지 애완동물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다만 WHO는 “이들을 통해 살모넬라와 같은 세균에 감염될 위험은 있기 때문에 애완동물을 만진 뒤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은 권장한다”고 했다.

산모로부터 수직 감염 근거 없어

중국에서 신생아 감염 사례가 보고되면서 산모에게서 태아로 옮겨가는 수직 감염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과학적으로 보고된 사례가 없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 신생아 사례의 경우 임신부의 태반과 탯줄에 있는 혈액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며 “수직 감염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론상으론 가능하겠지만 아직 보고된 사례는 없다”고 했다.

예방법을 두고도 관심이 높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 기침 예절도 미국과 한국이 다르다. CDC는 깨끗한 휴지로 입을 막고 기침한 뒤 이를 잘 버리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은 옷소매로 막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의료진은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미국과 다르게 중국과 가깝고 2·3차 감염 환자가 나온 데다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국민은 사람이 밀집되고 제한된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안전하다”고 했다.

[이지현의 생생헬스] 애완견·택배로도 감염? 가능성 희박…환자 머문 곳 위험? 소독 뒤엔 안전
옷소매로 막고 하는 기침 예절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기침 예절의 핵심은 기침과 재채기를 할 때 입에서 튀어나가는 호흡기 분비물을 막는 것”이라며 “휴지로도 막을 수 있지만 휴지를 충분히 쓰지 않으면 새는 부분이 있고 항상 휴지를 갖고 다니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이를 고려해 옷소매로 가리는 방법을 권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대한의사협회, 대한바이러스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