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도용 소송전 막 내려…문화엑스포 현판식 예정
이타미 준 경주타워 디자인 저작권자로 명예회복
경북 경주시 천군동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는 상징 건축물인 경주타워가 있다.

경주타워는 아파트 30층에 해당하는 높이 82m 규모로 황룡사 9층 목탑을 음각화한 형상에 유리와 철골구조로 건립됐다.

2007년 준공 때부터 특이한 형태로 이름이 나면서 경주엑스포공원이나 보문단지를 찾는 관광객은 사진을 찍거나 직접 관람해야 하는 건축물로 꼽았다.

그러나 이 건물은 준공 직후부터 디자인 도용 논란이 일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는 2004년 7월 상징건축물 공모전을 거쳐 당선작을 뽑았고 당선작을 낸 건축사무소에 설계를 맡겨 2004년 12월 착공, 2007년 8월 경주타워를 준공했다.

당시 재일교포 건축가 유동룡(이타미 준) 선생의 출품작은 당선작이 아닌 우수작이었다.

이타미 준 건축연구소는 준공 직후에 건물의 안쪽을 깎아 탑모양을 형상화한 음각, 신라 불탑, 유리를 소재로 한 사각형 타워, 꼭대기 층에 전망대가 공모전 출품작과 디자인이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소송을 냈다.

당시 조직위는 "설계 공모를 할 때 황룡사 9층탑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라고 했고 디자인 컨셉이 독창적이지 않다"며 도용이 아니란 견해를 밝혔다.

이후 5년간 이어진 법정공방 끝에 서울고등법원의 선고와 대법원의 상고기각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원 저작권자가 유동룡임을 명시한 표지석이 2012년 설치됐다.

그러나 경주타워 우측 바닥 구석에 위치한 표지석이 눈에 잘 띄지 않는 데다가 표시 문구의 도색까지 벗겨져 유동룡 선생 유가족은 지난해 9월 '성명표시' 재설치 소송을 진행했다.

이에 재단법인 문화엑스포 이사장인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저작권 침해 소송과 관련한 내용을 파악한 뒤 원 디자인을 인정하고 유동룡 선생 명예를 적극적으로 회복하는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문화엑스포는 17일 오후 1시 30분 경주타워와 건축가 유동룡 현판식을 통해 경주타워 원 디자인 저작권자가 유동룡 선생임을 명확히 밝힐 예정이다.

현판식에는 이철우 도지사와 주낙영 경주시장을 비롯한 경북도 및 경주시 관계자, 유동룡 선생 장녀 유이화 ITM 건축사무소장,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를 제작한 정다운 감독 등이 참석한다.

문화엑스포가 이런 노력을 보이자 유동룡 선생 유가족도 지난해 10월 성명 표시 재설치 소송을 취하했다.

경주타워 앞에 새롭게 설치한 현판은 가로 1.2m, 세로 2.4m 크기 철재 안내판이다.

유동룡 선생의 건축철학과 2005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 2010년 일본 최고 권위 건축상 '무라노 도고상' 등의 수상경력을 비롯해 제주핀크스 골프클럽 클럽하우스와 수·풍·석 박물관, 포도호텔, 방주교회 등 대표작이 기록됐다.

엑스포 측은 유동룡 선생 타계 10주기인 2021년에 특별 헌정 미술전 등 추모행사를 할 예정이다.

이 도지사는 "현재 문화엑스포 이사장으로서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지적 재산권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고유의 자산으로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하기에 이번 현판식이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표절에 대해 경각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