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보내야" vs "주홍글씨 안돼" 학내 의견 분분…학위수여식 연기
KAIST, 중국 다녀온 학생 11명 기숙사 격리…일부 반발(종합2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 대응을 위해 중국을 경유한 학생들을 기숙사에 격리 조치했다.

학위수여식 등 교내 대규모 행사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4일 KAIST에 따르면 대전시 유성구 화암동 화암생활관 1개 동에 후베이성을 포함한 중국을 다녀온 능동감시 대상자 11명을 별도 격리토록 조치했다.

이 건물은 평소 사용하지 않는 공실로, 방마다 별도의 화장실과 샤워실이 갖춰져 있다.

식사는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도시락을 주문했으며, 건물 출입구 앞은 경비인력을 배치해 관리·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입국 직후 별도 차량과 기사를 지정해 기숙사로 곧바로 이동하도록 했다고 KAIST는 설명했다.

화암생활관은 모두 7개 동으로 돼 있으며, 64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학생들은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이들을 기숙사가 아닌 호텔 등에 수용해야 한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 학생은 KAIST 재학생들의 페이스북 페이지 '카이스트 대신 전해드립니다'에서 "경비인력이 많지 않은데 만약 격리자들이 식당이나 마트를 이용한다면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학생도 "애초 기숙사는 건강검진을 받은 건강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잠복기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격리한다는 게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냐"며 "중국 학생들은 호텔이든 보건소든 격리된 시설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다른 학생은 "비말 감염은 근거리 접촉으로 이뤄지는 만큼 옆 동에 산다고 감염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며 "그들이 범죄자도 아닌데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들은 유관 의심 증상이 없는 능동감시 대상자로, 국내에 거주지가 없는 경우에 한한다"며 "안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현재 화암관에 거주하는 학생 중 다른 생활관으로 옮기길 원하는 경우 전원 이동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KAIST는 신종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21일로 예정됐던 학위수여식을 연기했다.

별도의 입학식 행사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하지 않기로 했다.

개교 49주년 기념식과 교수 정년퇴임식, 전체 교수 워크숍 등 이달 열릴 예정이던 각종 행사 대부분이 연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