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금지 후베이성으로 제한한 뒤 회의서 "확대해야" 지적 나와
정부 '신중' 기류 속 당 '선제대응' 목소리…여야정 협의체도 추진 검토
당청, 신종코로나 역할분담?…민주, 총선 앞두고 '목소리 내기'
여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대응에 부심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 정부보다 한 템포 빠른 목소리들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외교관계 등 현실적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종코로나 대응에 신중한 모습을 견지하고 있다면, 민주당에서는 보다 선제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방식으로 당청간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 배경에는 최근 당 지지율 하락과 무당층 증가 등 총선을 앞두고 민심의 추이가 심상찮은 기류를 보이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결국 총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4일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 신종코로나 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상희 의원은 지난 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우한을 넘어 전체적으로 확산하고 있으니 입국금지 조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여론에서는 정부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으니 당이 확대해야 한다고 한다고 주장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민주당은 당청 간 이례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왔지만, 이례적으로 정부 방침의 미흡한 부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앞서 정부는 신종코로나 진원지인 우한이 포함된 후베이성에 최근 14일 이내에 체류한 외국인의 국내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고 이 조치는 이날 오전 0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대한감염학회,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 단체는 감염 확진자의 40%가량이 후베이성 이외 중국 지역이므로 입국금지 지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에서는 정부의 입국금지 조치에 대해 "중국 눈치보기 '찔끔 조치'"(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라는 비판이 나왔고, 한국당·새로운보수당·정의당 모두 입국금지 확대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 일각에서 정부 대책보다 한 발짝 앞서가는 메시지가 나온 것은 정책의 실현가능성과 파급효과를 신중하게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정부의 입장을 보완하면서도 총선을 앞둔 민심 달래기적인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5일 열리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입국금지 확대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민주당이 입국금지 확대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여론 분위기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 여론 등을 고려해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추가 대응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청, 신종코로나 역할분담?…민주, 총선 앞두고 '목소리 내기'
다만 이런 당내 목소리 표출이 '당청 엇박자'로 비칠 수 있어 고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른 당 관계자는 "정부가 입국금지 방안을 발표한 직후에 당에서 (대상 지역) 확대 이야기를 하면 엇박자 지적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한편 신종코로나 사태를 맞아 초당적 협력을 강조해 온 민주당이 여야정 협의체 등 공동 대응을 위한 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신종코로나를 종식하기 위한 국회 비상 행동을 제안한다"며 신종코로나 확산방지와 후속대책을 위한 국회의 단합된 행동을 강조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당정은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제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용 정책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대(對)중국 수출 기업 및 현지 진출 기업 지원방안, 음식·숙박·관광·물류 등 업종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월 임시국회가 가장 시급하게 처리할 과제는 국가적 차원의 방역 역량 강화를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검역법, 공공의대법(국립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약사법 등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공동체 위기가 있을 때 당리당략과 사익을 생각해 불안을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면 사회는 심판할 것"이라며 "지금은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할 때"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