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 모바일 투표·경영계획 동영상 제출 등 절차 추가에 지원자들 부담감
단독후보 비율 3년째 상승…도교육청 "홍보·안내 강화할 것"

하향식 인사발령이 아닌 학교 구성원이 원하는 교장을 선출토록 하겠다는 경기도교육청의 공모교장제에 지원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당국이 교장 공모의 투명성 강화와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학교경영계획 동영상 제출, 학부모·학생까지 참여하는 모바일 투표 등 까다로운 공모절차가 지원을 꺼리게 하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원자가 줄면서 단독 후보 출마 학교가 늘고 있어, 경쟁을 통해 유능한 교장을 뽑겠다는 도 교육청의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경기도교육청의 3월 1일 자 기준 공모교장 임용 결과를 보면 초등학교 20곳과 중고등학교 19곳 등 총 39개 학교가 공모를 통해 교장을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교육청 교장공모제 지원 저조…"까다로운 공모절차 때문"
연합뉴스가 확인해보니 이 가운데 16곳(41%, 초등 9곳·중등 7곳)은 지원자가 한명 뿐인 '단독 후보 출마 학교'였다.

중·고등학교 두 곳은 재공모에도 지원자가 없어 공모가 아예 취소되기도 했다.

지원자가 단 1명뿐인 공모교장 학교는 2018년 3월 1일 기준 60곳 중 22곳(36.6%·도교육청의 2019년 행정사무감사 제출자료 기준), 2019년 3월 1일 기준 62곳 중 23곳(37%)로 매년 느는 추세이며 올해 들어 증가 폭이 눈에 띄게 확대됐다.

승진 중심의 교직 문화를 개선하고, 후보자 간 경쟁을 통해 구성원이 원하는 유능한 교장에게 학교 운영을 맡기겠다는 본래의 취지가 갈수록 퇴색하는 꼴이다.

무엇보다 도교육청이 지원 학교 나눠 먹기(일명 짬짜미), 사전 내정설 논란과 같은 공모교장제 문제를 보완하겠다며 내놓은 개혁안이 오히려 공모제 활성화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도교육청은 작년 기자회견을 열고 학부모와 학생도 공모교장 선발 심사 과정에 참여시키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모교장제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동안은 학부모를 포함한 공모교장심사위원회가 서류심사와 심층 면접으로 교장 후보 추천인을 뽑아왔는데, 이 과정에 더해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경영계획 설명회, 모바일 투표 등을 신설한 것이다.

지원서를 낼 때 3분짜리 학교경영계획 발표 동영상도 제출하도록 했다.

단독 후보로 공모교장 선출과정을 진행한 학교 대부분은 '까다로워진 절차 탓'에 지원자가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가뜩이나 인기 없는 공모교장제가 준비사항까지 많아지면서 다들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감은 "학교경영계획을 발표하고 실시간으로 모바일투표까지 하면서 심사가 복잡해졌다.

나라도 안 나갔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교육청 교장공모제 지원 저조…"까다로운 공모절차 때문"
교원 단체 측은 "도교육청의 개혁안이 역효과를 냈다"며 공모제 축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백정한 회장은 "학교경영계획을 학교 구성원에게 알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동영상까지 사전에 제작해 올리고 학생 평가단에게까지 심사받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 회장은 "활성화 자체가 쉽지 않은 제도인데 도교육청이 공모 지원자에게 심적 부담을 가중한 셈"이라며 "경쟁도 거치지 않는 공모제를 축소해 정말 우수한 사람만 학교 경영을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교육청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교직원과 학부모 앞에서 평가 받는다는 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며 "올해 처음으로 학부모 및 학생이 참여하는 공모교장제를 전면 시행한 만큼 홍보를 보다 강화해 제도 취지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