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곳 전선 배치 너무 가까워"…미국·유럽 항공 당국 간 견해차
"737 맥스, 합선 가능성 있어"…보잉, FAA에 배선문제 우려 통보
여객기 연쇄 추락 사고로 운항은 물론 생산까지 멈춘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737 맥스 기종에서 배선 관련 문제가 발견됐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보잉이 최근 맥스 기종에서 전선의 위치와 관련된 우려 사항을 통보해왔다며 "보잉 측의 분석을 바탕으로 앞으로 승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737 맥스의 후미와 주요 전자장치실 사이에 전선이 설치된 10여곳으로, 전선끼리 너무 가깝게 붙어 있어 합선이 발생해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FAA는 잇단 여객기 추락 사고 후 737 맥스가 다시 승객을 태울 수 있으려면 "모든 안전 관련 문제가 해소되고 우리의 안전 전문가들이 완전히 만족할 때에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를 두고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737 맥스에서 합선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전선 배치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FAA와 보잉 측은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보잉의 주력 모델인 737 맥스는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여객기와 2019년 3월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 추락 참사로 승객과 승무원 346명 전원이 사망하면서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운항이 정지됐고, 생산도 중단됐다.

보잉은 737 맥스의 자동 실속(失速) 방지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교체한 뒤 미국 항공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배선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운항·생산 재개가 더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737 맥스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의 배선을 모두 바꾸려면 비행기 한 대당 2주가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보잉이 자체 보관 중인 여객기뿐만 아니라 이미 항공사에 넘긴 여객기까지 손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