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결정 회사가 정한 대로…노동인권 등에 사원 의견 반영 안 돼"
"1천만 계약자가 맡긴 돈 관리하는데 잘못된 의사결정 보여"
연봉 30% 반납 '프로지점장'에 매출 목표 24% 높여


삼성그룹의 대형 금융 계열사인 삼성화재에서 68년 만에 첫 노동조합이 추진된 배경에는 노동자의 권리를 억압하는 사내 분위기와 직원들의 의사를 무시한 '일방통행식 경영'이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삼성화재 노조 측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그간 직원 임금·근무환경·인사고과 등 주요 결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구조적·환경적으로 배제해 왔다.
"삼성화재 노조 설립 뒤엔 직원 무시한 '일방 경영'"
대표적인 사례가 '평사원 협의체'다.

삼성이 사원과 회사 간 대화 공식 통로를 개설한다는 명목으로 그룹 내 계열사별로 설치한 조직이다.

그러나 정식노조도 아닌 데다 삼성화재의 경우 비교적 직급이 낮은 책임(과·차장)급 사원까지만 가입이 가능해 사실상 직원들의 의견이 회사 측에 전달되고 실행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필요 없도록 대우해 주겠다'면서 협의체를 만들었지만, 이 협의체는 전체(직원)를 다 대변하지 못한다.

정상적인 노조가 아니다 보니 법에서 인정하는 권한을 누리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급여 문제도 회사가 정한 대로 갈 수밖에 없고, 직원들의 근로·노동 인권에 대한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노동자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경영'"이라고 덧붙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오 위원장은 2018년 도입한 '프로지점장' 제도의 운용상 문제를 들었다.

삼성화재는 그해 12월부터 전국 450여개 지점을 책임지는 지점장 중 실적 우수자 20명가량을 뽑아 '프로지점장'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그리고 이들을 3년간 모든 인사발령과 고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기존에 받던 기본급의 70%만 보장받는 대신 영업실적에 비례해 성과급을 받도록 했다.

승진보다는 성과에 따른 보상을 비전으로 제시한 정책이다.

그런데 회사 측이 제도 시행 1년 만에 과도한 성과 목표를 제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제도 시행 첫해인 지난해에는 프로 지점장 매출 목표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대부분이 종전과 비슷한 수준의 연봉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회사 측이 지난해보다 무려 24%나 많은 목표를 제시하면서 프로지점장 대부분의 연봉이 대폭 삭감될 처지에 놓였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오 위원장은 "지난 5년간 매출 증가율이 제로(0)에 가까운데, 갑자기 24% 높아진 매출을 달성하라고 한다.

회사가 임의로 목표와 평가 기준을 조정했다"라면서 "프로지점장은 (원래) 나쁜 제도가 아니고 열심히 뛴 사람들에게 (급료를) 더 주겠다는 취지이지만 (회사가 당사자들에게) 불리한 구조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연봉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작년에는 연봉을 깎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면서 "본인 의사에 따라 프로지점장을 원하지 않으면 명칭을 반납하고 일반 지점장으로 돌아갈 수 있고 인사상의 불이익도 없다"고 해명했다.
"삼성화재 노조 설립 뒤엔 직원 무시한 '일방 경영'"
평사원 협의체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직원 인권 보호'를 명목으로 만든 여러 제도도 유명무실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인사위원회, 감사위원회, 직장 내 괴롭힘 상담 신고센터가 있는데 모두 경영진이 전권을 갖고 있어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해도 말할 수가 없고. 얘기하면 결국 경영진이 '(당신) 잘한 거 없네' 이렇게 나온다"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회사가 견제받지 않는 경영환경 속에서 고객의 권리 보호에도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삼성화재 계약자가 1천만 명이 넘는다.

대한민국 국민 20%에 육박하는 사람이 계약자인 셈"이라면서 "현재는 경영진이 모든 의사 결정을 하게 돼 있는데 직원들 눈에는 잘못된 의사 결정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카드와 생명보험 영업지침이라며 "카드와 생명(보험) 판매를 하라고 하고 그것으로 직원들을 평가하고 시상(인센티브)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상에는 삼성화재 계약자인 고객의 돈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그 돈을 왜 카드와 생명에 줘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오 위원장은 "보험금이 허투루 새지 않게, 계약자의 권익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하려면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데 그동안은 견제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앞으로 경영진을 감시할 것이고 만약 경영진이 고객의 권익을 해치는 행위를 할 경우 저희가 공개적으로 국민께 알리겠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노조와 관련한 사내 분위기에 대해 "노조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안 되고 노조라는 단어는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직원들도 (가입을) 두려워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따라서 직원들이 노조 가입을 무기명, 익명으로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화재 경영진에게는 "직원을 믿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 손잡고 함께 나아가자. (노조가)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