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서부터 100m 이상 줄 선 따이공 옛 모습…매출 급락
중국인 많이 찾는 누웨마루 거리·편의점·호텔도 '썰렁'

"마치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재현된 것 같아요.

"
[르포] "메르스 사태 재현"…면세점 보따리상도 신종코로나에 속수무책
30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 평소 같으면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수백명이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을 서 영업 시작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지만, 이날은 추운 날씨만큼 썰렁한 분위기만 연출됐다.

이날 현장에는 30명 남짓한 중국 보따리상만이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낀 채 짧은 줄을 서 있었다.

면세점 앞에서 줄을 서 있던 중국 보따리상 A씨는 "우한 폐렴 사태로 보따리상들도 이동을 자제하고 있다"며 "이미 계약한 물건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왔다.

사태가 심각해지면 나 역시 한동안 장사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직원들도 손님이 줄어든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면세점 직원은 "비바람이 부는 날에도 영업 시작 전에 면세점 입구에서부터 100m 떨어진 편의점까지 중국 보따리상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며 "하지만 다음 달 2일까지 중국 춘제(春節·중국의 설) 기간이 연장되고 우한 폐렴까지 겹쳐 최근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면세점 영업이 시작돼도 한산한 것은 매한가지였고 면세점 내부는 한가했다.

마스크를 낀 면세점 직원들만이 공간을 채웠다.

[르포] "메르스 사태 재현"…면세점 보따리상도 신종코로나에 속수무책
이 면세점의 또 다른 직원은 "원래 중국 보따리상 때문에 오전에 손님이 많지만, 지금은 텅텅 비었다"며 "우한 폐렴 때문에 보따리상들이 한국으로 오지 못해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그러면서 "지난해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안 돼 메르스 때처럼 갑자기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은 또 다른 시내 면세점도 다르지 않았다.

면세점 어디를 가도 손님보다 직원이 많았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제주점과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최근 들어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26∼29일 매출액이 설 연휴가 시작하기 전인 20∼23일 나흘간과 비교하면 60% 안팎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손님 발길이 끊긴 곳은 면세점뿐만이 아니었다.

중국인이 많이 찾는 제주시 '누웨마루'거리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누웨마루 거리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 '제주 속 작은 중국'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이다.

제주 시내 면세점과 인접해 있어 쇼핑을 끝낸 중국인들이 물건이 꽉 찬 무거운 여행용 가방을 끌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식당·약국·액세서리 가게 등 그 어디서도 이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주 시내 면세점 사이로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있던 일명 '따이공 거리'도 마스크 낀 내국인 몇 명만 거리를 오갈 뿐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르포] "메르스 사태 재현"…면세점 보따리상도 신종코로나에 속수무책
한때 면세점 인근에 있는 덕에 중국 보따리상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전국 최고 매출을 기록했던 편의점도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이는 다른 편의점도 같은 상황이었다.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면세점 영업 시작 전에 중국인들이 도시락과 라면 등을 먹으러 오면서 손님을 맞이하기 벅찰 정도였는데, 지금은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드물다"며 "평소 오전 9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40∼50명이 편의점을 찾았다면 최근엔 2∼3명이 고작"이라고 토로했다.

중국인이 많이 가는 호텔도 우한 폐렴 사태가 심화하면서 중국인은 물론 내국인 손님까지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

중국어 말소리가 끊이지 않아 마치 중국에 온 듯 착각까지 들었던 호텔 내부는 일부 예약을 취소하지 않고 방문한 고객의 여행용 가방 끄는 소리와 간간이 들리는 직원의 안내 목소리만이 채우고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특급호텔을 중심으로 중국인들의 투숙 취소 사례가 설 연휴 이후 350여건 3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예약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다음주 부터는 절반가량 예약이 취소되고 있다"며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전수조사 대상자 중 제주 거주자는 6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도는 1차 모니터링 조사에서 이들 6명 모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격리 입원이나 자가 격리 치료자는 현재까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도는 우한 폐렴이 잠복기가 14일인 점을 고려해 매일 1일 모니터링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도는 또 제주에 체류 중인 우한 출신 관광객 9명에 대해서도 건강 상태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