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아시아 태평양 인권 현황' 연례보고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한국 여성인권 역사적 진전"
국제앰네스티 "북한 인권상황 심각…작년 공개처형 여러 건"
북한이 지난해에도 공개처형을 집행하고 정치범수용소를 운영하는 등 인권 침해를 계속하고 있다는 국제인권단체의 평가가 나왔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19년 아시아 태평양 인권 현황'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북한은 이동의 자유와 정보 접근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일상생활을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통제했다"며 "알려진 정치범수용소 4곳이 계속 운영되고 있고 구금된 사람들은 고문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가혹한 환경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 당국은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계속되는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에 응하고자 2012년부터 대부분의 공개처형을 중단했었지만, 지난해 여러 건의 공개처형 집행 사례가 보도됐다"고 지적했다.

아놀드 팡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북한 인권 상황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심각하다"며 "2012년 이후 사라진 것으로 보이던 공개처형이 지난해 다시 보고됐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공개처형 실태와 관련한 분석은 기관별로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에는 2012∼2016년 북한에서 340건의 공개처형이 이뤄졌다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

팡 조사관은 "공개처형에 대해서는 항상 공식적인 정보를 얻는 것은 아니다"라며 "언론 보도나 북한 사람들로부터 공개처형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앰네스티는 비핵화를 위한 남북미 대화 등에서 북한 인권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팡 조사관은 "최근 여러 논의에서 인권 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것은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중대한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북한 인권 실현이 비핵화의 필요성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식량 문제와 대북 제재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는 "지난해 식량 부족 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기본적으로 대북제재를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인권침해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답했다.

국제앰네스티 "북한 인권상황 심각…작년 공개처형 여러 건"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의 인권과 관련해선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 한국 여성 인권에 있어 역사적 진전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성 소수자(LGBTI)와 양심적 병역거부자 인권과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와 사법부의 변화가 미진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정부 노력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는 "합의된 성인 남성 간의 성관계를 범죄화하는 군형법 제92조의6으로 인해 군대 내 LGBTI는 차별과 낙인, 폭력과 괴롭힘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또 새로 마련된 대체복무제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워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며 국제인권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반의 인권 현황에 대해서는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와 인도의 잠무-카슈미르주 자치권 박탈 등에 주목하며 "2019년은 탄압으로 가득한 해였으나 저항의 해이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니콜라스 베클란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 사무소장은 "정부가 기본적인 자유를 송두리째 박탈하려 했지만, 사람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강력히 맞섰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