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이용객도 줄어…콘택트렌즈 빼고 안경 쓰기도
"조금만 배려하면 좋겠어요"
'기침하기도 겁나' 신종코로나 공포에 시민들 예민지수↑
사건팀 = #1. 30일 오전 사당역에서 교대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2호선 열차 안. 승객들로 가득 찬 열차 안에서 기침 소리가 나자 기차 안에 있던 시민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쳐다봤다.

연이어 콧물을 훌쩍거리는 소리가 나자 한 남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주위를 살폈다.

#2.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열차가 도착하는 소리에 시민들이 뛰기 시작했고, 한 남성은 그 와중에도 개찰구에 놓인 손 소독제를 손에 뿌리고 다시 달려갔다.

#3. 지하철 2호선 합정역. 70대 여성이 지하철 벽을 만지자 동행하던 비슷한 연령대 남성이 "당신 기둥이나 손잡이 같은 거 많이 만지고 다니잖아. 그러면 안 된다고"라며 주의를 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의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시민들의 일상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사람이 밀집한 지하철 등 대중교통 안에서는 더욱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지하철 내에서 기침 소리가 나면 승객들은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거나 자리를 피했고, 목을 가다듬는 헛기침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위기였다.

양천구에 사는 회사원 김모(29)씨는 "열차에서 내리기 직전 객실 안에서 기침 소리를 들었다"며 "우한 폐렴의 전염성이 높다는 얘기를 들어 기침소리가 나면 신경 쓰이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홍지민(29)씨는 "평소에는 (콘택트)렌즈를 끼고 다니는데 바이러스가 눈으로도 들어간다고 해서 일부러 안경을 끼고 출근한다"며 "아직 백신이 없다고 하니 조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인 권나은(21)씨는 "감기에 걸렸는데 기침하면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며 "최대한 사람들 많은 곳에 안 가고 손을 더 자주 씻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출근길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썼다.

마스크를 두겹으로 착용하거나 마스크를 쓰고 목도리로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두른 시민도 있었다.
'기침하기도 겁나' 신종코로나 공포에 시민들 예민지수↑
마스크를 챙기지 못한 한 시민은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열차를 기다렸으며, 지하철 역사 내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구매하는 시민도 자주 보였다.

GS25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 마스크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는 413%, 직전 주 같은 요일(17∼20일)보다는 350% 늘었다.

손 소독제 매출도 각각 429%와 343% 증가했다.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상우(35)씨는 "감기 기운도 있는데 아침에 마스크를 못 챙겨서 방금 구매했다"며 "우한 폐렴에 걸리면 일상생활이 안 되니 많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하철역 내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송모씨는 "평소보다 마스크 판매가 3∼5배는 늘어난 것 같다"며 "출근시간대 가장 많이 사가고 외국인들은 한 번에 10개씩 사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밀집된 곳에서 전염되기 더 쉽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대중교통 이용객도 다소 줄어드는 모습이다.

신금호역에서 공익 요원으로 복무하는 박성원(23)씨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이 평소보다 줄어든 것 같다"며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다른 사람과 접촉하게 되니 그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남역 안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인수(37)씨도 "명절 지나고 유동 인구가 줄어들면서 손님도 줄어드는 것 같다"며 "우한 폐렴이 유행한다고 해 카운터에 손 소독제도 놓고 직원들도 마스크를 쓰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에 사는 이기화(62)씨는 "9호선을 타고 출근하는데, 9호선에 특히 사람이 많아 더 걱정된다"며 "지하철 외에는 딱히 대안이 없어 걱정돼도 이용하는데, 앞에서 대놓고 기침하는 사람이 있어 불쾌했다.

조금만 배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