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55·남)는 경기 평택 등에서 172명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추가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중국 우한공항 폐쇄 전까지 우한에서 입국한 한국인과 외국인 등 3000여 명을 모두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확진 환자의 동선을 신속하게 공개하지 않아 온갖 루머가 떠돌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동선공개" 요구 빗발치는데 또 뒷북…네 번째 환자 170여명 접촉
네 번째 환자 접촉자 172명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출입국 기록 등으로 파악된 지난 13~27일 우한공항 입국자는 내국인 1166명, 외국인 1857명 등 3023명”이라며 “이들을 일괄 조사하고 증상 유무를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의 동선도 공개했다. 이 환자는 20일 오후 4시25분 우한발 대한항공 직항편(KE882)을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이후 오후 5시30분 8834번 공항버스를 타고 평택 송탄터미널로 이동한 뒤 택시를 이용해 귀가했다.

환자는 다음날인 21일 감기 등의 증상으로 자가용을 타고 365연합의원을 찾았다. 귀가한 뒤 25일까지 별다른 외부활동 없이 집에 머물렀다. 25일 발열과 근육통 증상이 계속되자 다시 365연합의원을 찾았고 우한 방문 이력이 확인돼 능동감시 대상이 됐다.

26일 근육통이 악화돼 찾은 인근 보건소에서 폐렴진단을 받은 뒤 보건소 구급차로 국가지정격리병상인 분당서울대병원에 이송됐다. 이 기간 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172명이다. 환자 가족 중 1명이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돼 나머지 접촉자 171명에게 증상이 있는지 관찰하고 있다.

“환자 동선 뒷북 공개” 부글부글

네 번째 환자가 비교적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처음 찾았던 병원에서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정 본부장은 “의약품안전정보시스템(DUR)에 떴지만 적절하게 조치되지 않은 부분은 안타깝다”며 “의료계와 협조해 의료기관 홍보를 충분히 하겠다”고 했다.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있는 환자들의 동선 공개가 늦어지면서 혼란이 일고 있다. 26일부터 경기 고양시 일산 지역 맘카페 등에는 세 번째 환자의 부정확한 동선이 잇따라 올라왔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27일이 돼서야 이 환자가 방문했던 병원 이름(글로비성형외과)과 머물렀던 호텔 이름(호텔 뉴브)을 공개했다.

네 번째 환자도 마찬가지다. 평택지역 맘카페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27일부터 평택365연합의원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글이 수차례 올라왔다. 질병관리본부가 이 병원의 이름을 발표한 것은 하루가 지난 28일 오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비슷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은 모두 병원 내 감염 환자가 많았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병원 정보만이라도 빨리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 본부장은 “병원 이름을 감출 의도는 없다”며 “즉각 대응팀과 지방자치단체 대응팀이 의무기록을 확보하고 현장을 소독한 뒤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정보에 병원 혼란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환자가 급증하고 국내에서도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일선 의료기관과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는 감염 여부를 묻는 환자가 급증했다. 하루 평균 600건 정도였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상담전화는 1만 건으로 폭증했다.

‘잠복기에도 감염된다’는 중국 당국의 발표에 일선 의료기관 선별진료소는 증상이 없는데도 폐렴 검사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 병원 관계자는 “긴급하지 않은 사람들이 콜센터에 문의하고 선별진료소로 몰리면 정작 치료나 격리가 필요한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을 수 없다”며 “과도한 불안은 삼가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네 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는 모두 안정적인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로 분류돼 바이러스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국내 환자는 15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우한 등을 방문한 뒤 증상이 생긴 환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