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서울시 시범 도입…설치 대수 많지 않지만 현장 반응 좋아
머리 맞고 목 졸리던 택시 기사들…"격벽 있으니 좀 낫네요"
"한번은 아침 7시쯤에 만취한 여성분을 태웠는데, 계속 목적지를 말을 안 하길래 '내리시라'고 했더니 갑자기 뒷좌석에서 제 웃옷을 잡아당기는 거예요.

순간 목이 졸려서 아찔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티셔츠가 찢어지고 목이 아주 빨개졌더라고요.

"
20년 전 택시 영업을 시작했다는 이 모(61) 씨의 택시 운전석 뒷좌석에는 아크릴로 된 보호 격벽이 설치돼 있다.

좌석 등받이 뒤에 설치된 보호 격벽은 노란색 테두리가 있어 단번에 눈에 띄었고, 웬만한 충격에도 견딜 정도로 단단했다.

이씨의 사례처럼 취객이 운전 중인 택시 기사들의 옷을 잡아당기거나 머리를 때려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하자 회사에서 설치한 보호 격벽이다.

이씨는 26일 "여러 손님을 태우다 보면 머리를 툭툭 치거나 욕설하는 일 정도는 예사"라며 "그때마다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취객들의 시비를 견딜 수 없어서 야간 운전은 하지 않는 이씨지만, 이른 오전에도 술에 취한 승객들의 돌발 행동은 피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씨는 "아크릴판으로 온전히 보호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야간에 근무하는 동료들은 특히 좀 안전한 기분이 들어 좋다고 한다"고 했다.

택시회사 관계자는 "택시기사 폭행 관련 뉴스도 많이 나오고 해서 지난해 기사 보호 차원에서 설치했다"면서 "기사님들 반응도 대체로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취객의 폭력 등으로부터 택시 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서울 택시 230여대에 보호 격벽을 시범적으로 설치했다.

택시 한 대에 이 보호판을 설치하는 데 20만원가량이 드는데, 서울시에서 절반인 10만원을 부담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기사들이 승객에게서 카드를 받는 등 움직일 때 불편함을 호소해 생각보다 신청자가 많지 않았다"라면서 "올해도 신청자를 받아 수요를 파악한 뒤 하반기에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