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된 아파트, 슬리퍼 착용한 피고인이 손괴했다고 단정 못 해"
"현관문 발로 찼지만 재물손괴는 아냐"…층간소음 폭력 1심 무죄

아파트 위층에 사는 이웃집에 찾아가 층간소음을 항의하면서 현관문을 발로 걷어찬 40대가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은 이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관문을 발로 찬 것은 맞지만 슬리퍼를 신고 있었기 때문에 찌그러질 정도의 손괴를 하지 않았다는 아래층 사는 이 남성의 주장에 법원이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춘천지법 형사1단독 조정래 부장판사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4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강원 춘천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지난해 2월 10일 오전 5시께 층간 소음을 이유로 위층에 사는 주민 B씨를 찾아가 항의했다.

당시 A씨는 "나와"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주먹으로 현관문을 4∼5차례 두드린 뒤 발로 현관문을 2∼3차례 걷어찼다.

피해자 B씨는 "쿵쾅하는 굉음이 있었고 밖에 나가 현관문을 살펴보니 찌그러져 있었다"며 "A씨가 발로 차기 이전에는 현관문이 찌그러진 곳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도 "손괴 부분은 사건 당일 생긴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현관문 발로 찼지만 재물손괴는 아냐"…층간소음 폭력 1심 무죄

이 일로 약식 기소된 A씨는 벌금형을 선고받자 부당하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슬리퍼를 신은 채 B씨의 현관문 중간 부분을 발로 찬 사실은 있지만, 증거로 제출된 사진과 같이 현관문 아랫부분의 손괴는 자신의 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며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러자 피해자 B씨는 법정에서 "현관문 윗부분의 스크래치는 예전부터 있었던 것"이라며 "다만, 당시 문을 차는 소리가 컸기 때문에 A씨의 행위로 손괴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애초 주장에서 한발 물러선 취지의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조 부장판사는 이 같은 진술들을 토대로 "이 사건 아파트는 건축한 지 30년이 지났다"며 "손괴된 현관문의 흠집 정도와 위치, 당시 피고인이 슬리퍼를 신고 있었던 점 등으로 볼 때 재물손괴가 피고인의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유죄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