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기부액 4천400만원…"건강 허락할 때까지 공연할 것"
9년째 색소폰으로 이웃사랑 실천하는 비둘기색소폰봉사단
"재능기부로 이웃을 돕는다는 게 절대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멈출 수는 없죠."
거리 공연으로 모금 활동을 하는 '비둘기색소폰봉사단'은 이달 20일 지난해 모금한 930만원을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이 봉사단이 이웃사랑을 실천한 것은 9년 전부터다.

그동안 기부한 금액만 4천400만원에 달한다.

40∼70대 10여명으로 구성된 이 봉사단은 취미로 색소폰을 배우고 거리공연과 모금 활동을 하는 단체다.

색소폰으로 뭉쳤지만, 본업은 회사원·사업가·화가·교수 등 다양하다.

2010년 조재식(65) 단장과 의기투합한 동료들이 모여 결성했다.

주로 인천지역 요양원과 복지관에서 공연을 펼치던 이들은 2011년 "좋은 재능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보지 않겠냐"는 지인들의 권유로 인천 소래포구에서 거리 공연을 시작했다.

그러나 공연은 순탄치 않았다.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곡들이 주로 '트로트'이다 보니 취객들이 접근해 "한 곡조 뽑아달라"며 봉사단원들을 비하하거나 춤을 추며 공연과 모금 활동을 방해했다.

인근 지역 주민들의 소음 민원도 걱정해야 했다.

봉사단은 하지만 색소폰을 놓지 않았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매 주말 공연을 진행했다.

조 단장은 26일 "9년째 공연하고 모금 활동을 하다 보니 지금은 '지역 명물' 소리를 듣지만, 초창기에는 뜻밖의 방해꾼들이 많아 힘들었다"며 "이런 탓에 우리는 공연을 하며 시민들에게 노래를 절대 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9년째 색소폰으로 이웃사랑 실천하는 비둘기색소폰봉사단
봉사단에도 위기는 있었다.

2016년에는 인근 주민들의 소음 민원으로, 2017년에는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공연을 멈춰야만 했다.

좋은 일을 하기 위해 공연과 모금 활동을 하는 것인데 '민폐'를 끼치는 것 같은 걱정이 이유였다.

봉사단원들이 다시 소래포구로 나서게 된 것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남동구의 요청 때문이었다.

남동구는 화재로 경기가 위축된 소래포구에 활력을 불어 넣고 북적이게 하려면 봉사단이 필요하다며 공연을 부탁했다.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들도 예상과는 달리 봉사단을 환영했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정 기탁 협약을 제안하며 봉사단에 힘을 실어줬다.

다행히 봉사단의 모금액은 2011년 230만원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930만원까지 늘어났다.

봉사단의 목표는 애초 '누적 모금액 1억원'이었지만 현재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공연을 계속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수년간 거리 공연과 기부활동을 하며 사명감이 생긴 것이다.

조 단장은 "한 때는 소래포구 유흥업소 밴드 단원이 공연장을 찾아와 '먹고 사는 것만 신경 썼지 기부는 생각 못 했다'며 반성 섞인 격려 말을 건넸다"며 "거리 공연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봉사단은 추운 날씨로 멈췄던 공연을 올해 3월부터 소래포구에서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