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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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우한시를 포함한 허베이성 전역에 대해 '철수권고'를 발령했다. 홍콩은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인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국 본토로의 모든 공식 방문을 금지했다. 중국에서 우한 폐렴 사망자와 확진 환자 급증세가 이어졌고, 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퍼진 탓이다.

◆ 외교부, 중국 허베성 '철수권고' 경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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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중국 허베이성 전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 '여행자제'에서 3단계 '철수권고'로 상향 조정했다.

우한 폐렴이 허베이성 전역에서 확산한 만큼 주변 지역에 대한 대중교통 이용이 전면 통제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외교부는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우한 폐렴의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다 급속한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 감염 예방을 위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외교부는 "중국 허베이성에 체류 중인 국민께서는 긴급용무가 아닌 한 철수해 주시기 바라며 여행할 예정인 국민들께서는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외교부는 여행경보를 4단계로 운영하고 있다. 철수경보는 적색경보로 3단계에 속하며 4단계는 '여행금지'(흑색경보)가 남아있다.

◆ 홍콩 '우한 폐렴' 비상사태 선포

홍콩은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인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오늘부로 대응 단계를 비상사태로 격상한다"며 "중국 본토로의 모든 공식 방문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람 장관은 또한 비상대책으로 모든 새해맞이 행사를 취소하고, 학교의 방학기간을 오는 2월 17일까지 연장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 中 '우한 폐렴' 사망 41명·확진 1300명…봉쇄 도시 16개로

중국에서는 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가 41명으로 늘었고, 확진 환자도 폭증하고 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중국의 설) 연휴 이틀째를 맞아 이동인구가 늘면서 급속도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4일 밤 12시 기준 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는 41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하루 동안 16명이 늘었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하루 만에 444명이나 늘어난 1287명에 달했다. 중증은 237명이고 퇴원한 사람은 38명이다. 보고된 의심 환자만 1965명이다.

비공식 집계로는 이미 확진자가 중국에서만 1300명을 돌파한 상황이다.

서부의 티베트를 제외한 중국 34개 성(직할시·자치구) 전역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환자 분포는 광둥성 78명·저장성 62명·충칭 57명 등이고 베이징과 상하이는 30명대 수준으로 전해졌다.

중국 본토 밖의 확진 환자는 홍콩이 5명으로 늘었고, 마카오는 2명이다.

중국 당국은 도시 추가 봉쇄와 유명 관광지 폐쇄, 영화관 운영 중단 등 조치에 나섰지만 확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우한을 포함해 방역을 위해 외부와의 통행을 차단하는 도시 봉쇄 조처를 내린 허베이성 지역은 16개로 늘어났다.

◆ '우한 폐렴', 중국 밖에서도 확산 일로…일본서 3번째 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 사망자가 중국에서 급증하는 가운데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 사망자가 중국에서 급증하는 가운데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한 폐렴 확진자 수는 전 세계 곳곳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 3번째 환자가 확인됐고, 미국에 이어 프랑스, 호주에서도 확진자가 등장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18일 관광 목적으로 일본을 찾은 중국 허베이성 우한시 거주 30대 여성 A씨가 우한 폐렴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A씨는 일본 입국 이후인 21일 밤부터 기침과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 23일 도쿄도 내 의료기관에서 진찰을 받았고, 이날 국립감염증연구소의 검사결과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일본 여행 중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보건당국은 3명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확인됐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확진자 3명은 최근 중국에 다녀왔다.

호주에서도 우한 폐렴 확진자가 등장했다. 호주 보건당국은 이날 빅토리아주에 거주하는 50대 중국인 남성이 우한 폐렴 확진자인 것을 확인했다. 이 남성은 현재 병원에서 격리 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처음으로 확진자가 나왔다. 네팔 보건 당국도 이날 우한에서 귀국한 30대 학생이 우한 폐렴에 걸렸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두 번째 환자가 나왔고 추가로 확진자가 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위세를 더해가고 있다. 태국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5명으로 증가했고, 말레이시아에서도 3명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

◆ 질병관리본부 "국내 두번째 '우한폐렴' 환자 상태 '안정적'"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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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우한폐렴 환자의 상태는 안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날 "전날 발표된 두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 입원 중"이라며 "현재 인후통 등 다른 증상에 대한 대증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두번째 환자는 55세 한국인 남성 A씨다. 우한시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목감기 증상으로 19일 중국 현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다. 이후 우한을 출발해 상하이를 경유해 22일 저녁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귀국 당시 검역 과정에서 발열과 인후통이 확인돼 격리는 되지 않지만, 보건소가 증상을 지속해 모니터링하는 '능동감시'를 받았다.

자택에서 머물던 A씨는 인후통이 심해지자 보건소에 진료를 요청했고, 검사를 통해 24일 두 번째 환자로 확진됐다. 질병관리본부는 A씨에 대한 엑스선(X-ray) 검사를 실시한 결과, 기관지염 소견이 있어 폐렴 관련성을 계속 검사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첫번째 확진자인 35세 중국인 여성 B씨도 안정적인 상태로 전해졌다. B씨는 중국 후베이성의 성도인 우한시 거주자다. 지난 18일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의 증상으로 현지 병원에서 감기약을 처방받았다. 다음날인 19일 한국을 거쳐 일본을 여행하기 위해 입국했다가 발열 증상을 호소해 감염 의심환자로 분류돼 검역대에서 바로 격리됐다.

다만 B씨는 주관적으로 느끼는 폐렴 증상은 없지만 아직 몸에 열이 남아 있고, 최근에 촬영한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폐렴 소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