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기술인력 양성학교 설립…영어로 수학·컴퓨터 가르치기도
사상교육도 '신격화→인간미' 개편…학교환경 개선사업에 도농간 격차 커
"북한, 기술인재 양성 위해 교육 개혁…영어·과학 강화"
북한이 2012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직업기술 교육 위주로 교육 개혁을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교육개발원 연구진은 최근 발간한 '김정은 시대 북한 유·초·중등 교육 연구' 보고서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연구진은 북한 문헌을 분석하는 한편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에서 교사나 교육 관계자로 일했던 탈북민 5명, 같은 시기 북한에서 학교에 다녔던 탈북 학생 7명을 면담 조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교육 분야에서 2014년부터 '전민 과학기술인재화'를 목표로 세우면서 헌법과 교육 관련 법을 새로 제정했다.

이어 학제·교육과정·교원 정책 등을 대폭 개편하며 교육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진은 "북한은 1950년대 후반 기술의무교육제를 추진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항상 정치사상교육이 우선인 교육 정책을 펼쳐왔다"면서 "북한이 '인재 강국'을 실현하겠다면서 과학기술 교육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중요한 변화"라고 짚었다.

북한 교육 개혁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중등학교 단계에서 과학기술 인재를 기르기 위해 직업기술 교육을 강화한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이를 위해 기존에 소학교 4년·중학교 6년이었던 학제를 소학교 5년(6∼10세), 초급중학교 3년(11∼13세), 고급중학교 3년(14∼16세)의 '5-3-3' 학제로 개편하고, 2017년 '기술고급중학교'를 신설했다.

기술고급중학교는 한국의 특성화고처럼 기술인력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후기 중등교육 학교다.

금속·석탄·전기·화학·농산·수산·과수·축산·정보기술 등 9개 부문의 기술고급중학교들이 지역별 특성에 맞게 100여개 설립됐다.

김정은 정권은 이를 300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북한, 기술인재 양성 위해 교육 개혁…영어·과학 강화"
북한은 기술인재 양성을 위해 영어 교육도 강화했다.

소학교 4∼5학년 때 영어를 기존보다 2배 많이 가르치고, 초급중학교에서는 모든 학년에서 주 4시간씩 영어를 가르친다.

연구진은 "기존에는 영어 교과서에도 지도자나 국가 상징을 영어로 배우는 내용이 많았으나, 개정 교과서에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면서 "대신 수학과 컴퓨터를 영어 교육과 연계한 내용이 대폭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영어를 학습하는 목적이 수학·컴퓨터 등 자연과학 및 기술 분야의 지식을 심화할 수 있는 도구로서 구체화한 것이다.

과학 교육도 시간이 늘어나고 강화됐다.

이전 김정일 정권 때는 중학교 1학년 때 수학만 배우고 2학년 때 물리·생물, 3학년 때 화학을 배웠는데, 김정은 정권부터는 초급중학교 1∼3학년 내내 주 5시간씩 '자연과학'을 배우는 것으로 바뀌었다.

교수학습 활동에서는 '교육의 과학화'를 강조하면서 텔레비전·컴퓨터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사용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김정은 정권은 학교에 컴퓨터를 보급하고 네트워크를 연결하기 시작했다.

다만 연구진은 학교 환경 개선 사업에는 지역 후원단체와 학부모들의 기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도농 간 격차가 크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교사·학생이었던 탈북민들은 교사의 컴퓨터 사용 능력 부족 등의 이유로 실제 컴퓨터 활용 수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한 교육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사상교육도 변했다.

연구진은 수령의 활동을 신비화하기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을 가르치려는 변화가 눈에 띈다고 짚었다.

이는 배급제보다 주민 개인의 노동력과 시장이 중요해진 경제적 변화가 사상교육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남북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해외 학술행사에서 남북한 관료나 학자가 교류할 수 있을 것이며,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차츰 공동 학술회의·워크숍을 열면서 공동 교육프로그램·공동 교육기관을 설계할 수 있겠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