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있어야죠" 설에도 쉴틈없는 안전지킴이 소방관들
소방관 경력 28년째인 강대원(53) 서울 종로소방서 진압대장은 이번 설 연휴에도 고향인 전북 김제를 찾는 대신 소방서를 지킨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보니 자녀들도 이제 아빠 없이 고속버스를 타고 귀성하는 일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강 대장은 24일 "명절 때 고향집이나 처가에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게 애환이라면 애환이지만, 나라를 위해 근무한다는 보람을 느끼며 자랑스럽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귀성객이 각지로 흩어져 도심이 비교적 한산해지는 명절에도 소방관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오히려 전국 소방관서는 설 연휴를 낀 23∼28일 긴급대응 체제로 전환해 특별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대규모 인구이동에 뒤따를 수 있는 각종 사고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서다.

강 대장은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불이 나면 신고가 늦어 평소보다 피해가 커지는 일이 많다"며 "불이 나면 일단 빨리 문을 부수고 화재를 진압한 뒤 귀성해 있는 주인에게 올라오라고 연락한다"고 했다.

소방청 일일소방활동상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설날(2월 5일)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97건, 구조·구급 건수는 각각 510건과 4천144건이었다.

명절에는 음식 준비 등으로 가스레인지 등 사용이 늘어 화재 위험이 커지고, 명절 음식을 먹다 잘못돼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구급상황도 빈발한다.

지난해 설 연휴 마지막 날(2월 6일) 서울에서는 전선 케이블 제조업체 창고 화재로 70대 남성 1명이 숨졌고, 여인숙에서 불이 나 투숙객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연휴에는 소방서 구내식당 조리사들이 출근하지 않고 주변 식당도 대부분 문을 닫아 소방관들이 직접 밥을 해 먹거나 라면 등으로 식사를 때우는 일이 많다고 한다.

"누군가는 있어야죠" 설에도 쉴틈없는 안전지킴이 소방관들
가족과 명절을 보내지 못해 아쉬울 법도 하지만, 소방관들은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지킨다는 자부심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강대원 대장은 "'이 자리에 누군가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하면 힘이 난다"면서 "대원들과 종일 같이 근무하다 보니 이들이 제2의 가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북소방서 장위119안전센터의 백인창(32) 소방사 역시 부모님과 누나가 떠난 빈집과 소방서에서 설 명절을 보낼 예정이지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백 소방사는 "소방서에서 근무하면서 명절에 고향에 못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화재 출동을 다녀오면 생명을 구하고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데 도움을 드렸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고 했다.

길음119안전센터의 정봉승 소방사(33)는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라며 "명절에 독거노인들이 아프다고 119에 신고하는 때도 있는데 내 마음도 아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