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철저히 소외됐다. 윤 총장은 앞서 “대검 과장급 간부들을 전원 유임해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고, 22일 인사안 최종본을 받아보고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 측근들을 대거 지방 등으로 발령냈다. 윤 총장이 대검찰청 8층 집무실에 사실상 고립되는 처지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법무부가 발표한 고검검사급 검사(차장·부장검사)와 일반검사 승진 및 전보 인사 명단에는 대검에서 근무 중인 검사 33명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부장검사급만 18명에 달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검은 검찰총장의 참모조직이기 때문에 대검 인사는 보통 총장의 의중이 반영돼 왔다”고 말했다.

먼저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한 대검 공공수사부 과장들이 대거 교체됐다. 임현 공공수사정책관과 김성훈 공안수사지원과장, 이희동 선거수사지원과장 등이 대검을 떠나게 됐다.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양석조 선임연구관, 김유철 수사정보정책관 등도 지방 근무를 하게 됐다. 신승희 감찰1과장과 정희도 감찰2과장도 자리를 옮기면서 앞으로 검사들에 대한 감찰 업무는 추 장관이 새로 임명한 검사가 맡는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사실상 ‘식물총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8일 검사장급 간부들이 교체됐을 때만 해도 윤 총장이 현재 진행 중인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직접 지휘하며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일선 검찰청의 차장검사 등도 대거 교체되면서 윤 총장의 지휘에 호응할 실무진이 사라지게 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항의 표시로 사표를 던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하지만 윤 총장이 이번 인사에 반발해 사의를 밝힐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지난 ‘검사장급 물갈이’ 인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거취나 인사 결과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편 윤 총장은 지난 8일 검찰 고위직 인사 이동으로 자신의 검사장급 대검 참모진이 전원 교체된 이후 간부회의를 진행하는 횟수를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박찬호 검사장 등 자신의 측근들이 대검에서 근무할 때 윤 총장은 특별한 외부 일정이 없을 경우 매일 오전 간부회의를 열어 향후 수사 방향 등을 함께 논의했다. 하지만 새로운 대검 부장단이 부임한 지난 13일 이후 윤 총장은 간부회의를 1주일에 한 번씩만 열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새로 온 부장들이 업무 파악도 해야 하는데 아침에 간부회의를 하면 시간을 많이 뺏기니까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인혁/안대규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