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왼쪽)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22일 대구시청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문제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권영진 대구시장(왼쪽)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22일 대구시청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문제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주민투표가 22일 오전 2시께 완료됐으나 투표 결과와 달리 경북 군위군이 단독 유치 신청을 함으로써 이전 후보 지역인 의성군과 군위군 간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주민투표 후 국방부가 유치 신청을 받아 이전 부지를 확정하고 기본 계획 등을 수립해야 하지만 유치 신청 단계에서 중대한 이견이 발생해 통합신공항 사업이 다시 암초에 부딪혔다.

'주민투표 불복' 군위군 단독 유치 신청…9兆 대구통합신공항 건설 '빨간불'
경상북도와 경북선거관리위원회는 주민투표 결과 의성 비안이 합산 점수 89.52%(찬성률과 참여율을 합산해 2로 나눈 비율)로 가장 높고, 군위 소보가 53.20%, 단독 후보지인 군위 우보가 78.44%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의성군은 투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유치 신청길이 막혔다. 의성군은 주민투표 후 절차인 국방부 유치 신청을 위해 공동 후보지(의성군 비안+군위군 소보)인 군위군과 함께 유치 신청을 해야 하지만 군위군이 이날 오전 2시 우보 단독 후보지를 대상으로 유치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의성군도 단독으로 국방부에 유치 신청을 했다. 하지만 대구시 관계자는 “법제처가 2017년 ‘공동 후보지의 경우 한 곳의 단체장이 유치 신청을 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고 말했다. 의성군의 신청 효력에 대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김영만 군위군수는 “군위 우보를 택한 군위 군민의 뜻을 받아들여 우보를 신청했다”며 “특별법에 따라 유치 신청을 했다”고 성명을 냈다. 의성 군민들은 “그러면 왜 투표를 했느냐”며 군위군을 맹비난했다.

통합공항 이전 사업이 경색 국면에 접어든 것은 군위·의성 군민 약 6만 명이 참가한 주민 투표결과가 공항 이전 부지를 확정하는 최종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분석이다. 군공항이전특별법(8조2항)에는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유치 신청을 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선정위원회(위원장 국방부 장관) 심의를 통해 한 곳을 이전 부지로 선정한다고 돼 있다.

처음부터 경쟁 지역을 공동 후보지로 정한 것과 이전 부지를 선정하기 위한 기준이 오락가락한 것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이전 부지 선정위원회는 3개 지역에 대한 각각의 찬반 투표를 해 의성 비안이나 군위 소보가 높으면 공동 후보지를, 군위 우보가 높으면 단독 후보지인 우보를 이전 부지로 결정하도록 합의했다. 당초 국방부는 공동 후보지의 합산 찬성률과 단독 후보지의 찬성률만을 비교해 높은 곳으로 선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의성군이 반대했고 4개월간 시간을 허비하다 의사결정 방식이 정해졌지만 군위군의 독자 신청으로 파국을 맞고 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