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반도체 경기둔화에 민간경제 ↓
미중 합의 속 대외여건 완화와 반도체 업황 기대
재정이 경기부진 버텼지만 민간경제활력으로 이어지진 않아
정부가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펴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는 등 재정·통화당국이 경기 부양에 나선 가운데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10년 만에 최저인 2.0%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세계경기 불확실성이 커졌고 주력 산업인 반도체 경기가 둔화해 민간 투자와 수출이 동반 부진했던 탓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기관은 2019년 한국 성장률을 2.6%로 전망했었다.

하반기에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 수출이 증가세를 나타내고 설비투자도 반등할 수 있다는 예상이 밑바탕이 됐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1분기 성장률이 -0.4%까지 떨어졌고 수출과 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했다.

정부는 성장세 둔화를 막기 위해 약 470조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짠 데 이어 추가경정예산도 집행했다.

재정을 통해 경기 하강을 버티면서 민간경제 활력을 끌어올리려 한 것이다.

한국은행도 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서며 거들었다.

그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다.

경기가 추가 하락하는 것은 막았지만 기대만큼 민간경제 활력이 살아난 것은 아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에서 정부기여도가 1.5%포인트였다.

성장의 75%를 재정이 담당했다는 얘기다.

민간 경제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교역이 줄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로 예상됐던 반도체 경기 회복 시기가 늦춰졌기 때문이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급감한 동시에 미뤄지는 경기 반등 기대에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을 포함한 국내 설비투자도 쪼그라들었다.

미중 무역분쟁이 한국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나 하락시킨 효과가 있다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언급한 바 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한국은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지난해는 우리나라 수출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세계 성장세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낮아졌고 디램과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동반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2018∼2019년 조정 국면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 흐름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둔화 여파를 크게 받아 마이너스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1월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를 2.6%로 제시했으나 11월 -7.8%로 대폭 수정했다.

지난해 실제 설비투자 증가율은 이보다 못한 -8.1%였다.

재정이 경기부진 버텼지만 민간경제활력으로 이어지진 않아
다만 올해에는 지난해 경제를 짓누른 무역갈등이 완화하면서 경기가 소폭 회복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민간부문이 미약하나마 회복 징후가 보인다.

민간 성장기여도가 2개 분기 연속 전기 대비 플러스를 보이고 민간투자도 7분기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2019년 전체로 보면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훨씬 높지만, 4분기 들어서는 민간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회복 조짐을 나타낸 셈이다.

미중이 1단계 무역 합의를 맺은 만큼 수출이 추가로 나빠지지 않고 반도체 경기고 결국 살아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1∼20일 수출은 1년 전보다 0.2% 줄었다.

다만 반도체 수출은 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가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며 "경기가 바닥을 다지며 일부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가 소폭이나마 플러스 전환한 만큼, 설비투자에서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