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2시께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 한복판에서 30대 남성 A씨(39)가 아이의 양육비를 받으러 찾아온 양육자 B씨(40)의 얼굴 등을 수차례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B씨와 동행한 취재진들까지 폭행 시비에 휘말렸다. 이 같은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A씨는 앞서 이혼한 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 신상을 공개한 웹사이트 '배드 파더스(Bad Fathers)'를 처벌해달라며 고소장을 접수했던 남성. A씨는 지난해 5월 배드파더스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법원은 지난 15일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18일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폭행 혐의가 인정돼 피의자로 입건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A씨와 B씨 일행이 서로 쌍방폭행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조사가 진행될 사안"이라고 말했다.경찰과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에 따르면 A씨는 양육비를 받으러 온 B씨뿐 아니라 취재를 위해 동행한 기자들까지 잇따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폭행 시비에 휘말릴 당시 청과물도매시장과 동대문소방서가 함께 진행 중이던 행사 '전통시장 전문 의용소방대 발대식'에 참석 중이었다. B씨와 취재진이 의용대 조끼를 입고 있던 A씨를 발견하고 다가가자 A씨와 친척 C씨가 달려와 주먹을 날리고 한 방송사 소속 취재진의 카메라를 빼앗고 멱살을 잡아 끌었다는 게 B씨 측 주장이다. 또 다른 인터넷 대안 언론사(셜록) 소속 기자 D씨 역시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 측은 "A씨의 폭행이 시작되자 행사에 있던 의용소방대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취재진을 둘러싸고 일방적인 폭행을 방조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해 폭행 사고가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A씨 측은 취재진이 찍은 사진과 영상 삭제를 강요하면서 1시간가량 실랑이를 벌였다. A씨의 2차 폭행 주장이 나온 건 인근 병원이다. B씨 일행이 상처를 치료하려고 들른 인근 병원으로 A씨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A씨는 병원에서 B씨를 보자마자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멱살을 잡는 등 또 다시 폭력을 휘둘렀다는 게 B씨 측 주장이다. 두 번째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병원에 도착하면서 사건은 종료됐지만,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오히려 B씨 측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일행도 치료를 받은 뒤 조사를 받았다. 한편, A씨는 2018년 9월에도 양육비 문제로 폭행 사건에 휘말려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에도 양육비를 받아내기 위해 방문했던 양해연 회원과 동행자 남성을 폭행(전치 3주)했던 것이다. 이 사건은 아직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제도를 바꾸고 나면 '배드파더스'도 유지할 필요가 없어지는 거죠. 모두의 고통이 끝나는 것이니까요."구본창(57) 배드파더스 활동가는 16일 한경닷컴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아이의 생존권을 위한 일에 명예훼손이라는 덫이 사라졌으니 이제는 법제화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구 씨는 2018년 7월 배드파더스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해왔다. 현재까지 제보 접수가 된 것만 3500여 건에 신상 공개가 된 사람들은 400명.그러나 지난해 5월 신상이 공개된 일부가 구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하면서 구 씨는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당초 검찰은 구 씨에게 실명과 사진 공개한 점 등을 문제 삼아 벌금 300만 원에 약식 기소를 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 국민참여재판을 거친 뒤 15일 무죄를 선고했다.이러한 판결에 대해 구 씨는 양육비 미지급에 고통받는 아픔이 명예훼손보다 더 중요한 공익적 가치로 평가받았다고 평가했다.그는 "지금까지 미투 운동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발목을 잡아 왔다"면서 "양육비 문제도 마찬가지였다"라고 말했다.이어 "법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상대에게 지급 촉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상대가 연락을 차단하거나 양육자들이 상대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알리는 방법뿐이었는데 이런 과정에서도 명예훼손 소지가 있어 양육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덧붙였다.그는 또 "이번 재판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지급으로 받는 고통이 크기 때문에 공익을 인정해준 것이다"라며 "거꾸로 양육자들이 본인 양육비를 받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 아이의 생존권을 위한 것에서는 명예훼손이라는 덫이 사라졌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이런 판결이 내려지자 일부 삐딱한 시선을 가진 네티즌들은 "양육비를 받게 되면 그 중 상당부분은 배드파더스에서 챙긴다더라"라고 주장했다. 구 씨는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금액적 이득, 정치권 러브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구 씨는 "실상을 말씀드리면 배드파더스 사이트에서 신상을 공개할 때, 제보할 때 단 돈 10원도 요구한 적이 없다"라며 "해결이 된 분들에게도 10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아울러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금액을 어떻게 요구하는가. 그리고 누가 주겠는가"라며 "양육비 해결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들, 주변 지인 등 많은 분이 후원을 해줘서 배드파더스가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와 함께 "정치권에서 러브콜도 없었고 저는 10년 전에 은퇴를 한 사람"이라며 "직업 활동을 다 접고 돈 버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는데 정치를 하겠는가"라고 선을 그었다.이어 "은퇴를 할 때 딸들이 다 필리핀으로 갔다"면서 "국적만 한국 사람이지 모든 사회적 터전은 필리핀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정치를 할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그는 양육비 관련 시민단체들과 함께 관련 법제화, 제도화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설명했다.구 씨는 "이 판결 이후에 제보가 폭주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활동에 탄력을 받을 전망인데 근본적으로는 양육비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아울러 "양육비해결총연합회라는 시민단체가 있다"라며 "이곳과 함께 법안 발의를 위해 노력하는데 그쪽에 최대한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그는 또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법이 부실해서, 법으로 해결이 안 되다 보니 나온 사이트일 뿐"이라며 "궁극적으로 폐쇄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이혼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이혼을 한 뒤 수입이 없는 경우 부득이 양육비 지급을 연체하거나 못주는 경우도 있지만 수입이 있음에도 고의적으로 상대방을 힘들게 하려고 악의적으로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어떤 사람은 고소득자임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서 좋은 직장도 그만두고 수입 파악이 어려운 직장을 다니면서 재산을 은닉하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이 변호사는 "이 경우 물론 법률적으로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다. 직장을 다닐 경우 급여를 압류할 수 있고 재산이 있으면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 법원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행명령과 감치명령을 신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고 정말로 악의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는 명예훼손이 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신상을 공개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신상을 공개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지, 다른 수단으로는 법적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판결을 환영하지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다고 바로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다른 법적 권리구제 수단이 있는 경우에는 법적인 방법을 이용해야 하고 신상공개는 최후의 방법으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미나/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법의 무능함에 좌절했고, 기댈 곳이 없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법은 정의로운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우선돼야 하지 않겠습니까.”이혼 뒤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배우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온라인 웹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와 관련해 명예훼손과 자녀 양육권 문제에서 양육권 보호가 공익에 더 부합한다는 판결이 나왔다.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이창열)는 15일 정보통신망법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모(57)씨 등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검찰은 재판에서 구씨 등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정보통신망법 제70조1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구씨가 배드파더스를 운영한 사실 등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범죄 성립 여부 등에 대해선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비방할 목적도 없었고, 신상공개의 공익적 목적이 더 크다”는 것이다.재판에선 구씨를 고소한 고소인의 전처 A씨가 피고인 측 증인으로 나오기도 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라고 밝힌 A씨는 2015년 이혼 후 딸의 양육비를 제때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제시하는 법적 절차는 다 해봤다고 한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한부모 가정의 자녀 양육 지원을 위해 2015년 설립된 여성가족부 산하 기구다. 마지막 법적 수단인 감치(30일 이내 구금)까지 거쳤다는 게 A씨 주장이다. 배드파더스운영자를 고소한 5명은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2018년 9월부터 그해 10월 사이 구씨를 고소했다.애초 검찰은 구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재판부는 ‘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구씨 측은 그동안 15차례나 고소당했는데 기소유예, 무혐의 이런 약식기소, 최소한의 처벌을 받아왔다. 이번 국민참여 재판에는 예비후보 1명하고 7명이 평결에 참여했는데. 결국 16시간 재판 끝에 결국은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익에 반하지 않고 공익 목적이 크다고 해서 전원 300만 원의 구형을 무죄로 선고해버린 재판 결과가 나오게 됐다.개인의 명예훼손을 우선할 것이냐, 아니면 아이들의 생존권을 중시할 것이냐의 문제에서 양육권의 손을 들어준 이번 판결의 의의는 무엇일까.'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이혼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이혼을 한 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이 있다"면서 "수입이 없는 경우 부득이 양육비 지급을 연체하거나 못주는 경우도 있지만 수입이 있음에도 고의적으로 상대방을 힘들게 하려고 악의적으로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이 변호사는 "어떤 사람은 고소득자임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서 좋은 직장도 그만두고 수입 파악이 어려운 직장을 다니면서 재산을 은닉하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이 경우 물론 법률적으로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다. 직장을 다닐 경우 급여를 압류할 수 있고 재산이 있으면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 법원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행명령과 감치명령을 신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고 정말로 악의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이번 사건에서는 양육자 부모가 부득이 양육비를 악의적으로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 대하여 신상공개라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는 명예훼손이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법에도 눈물이 있다. 신상을 공개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신상을 공개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지, 다른 수단으로는 법적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판결을 환영하지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다고 바로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다른 법적 권리구제 수단이 있는 경우에는 법적인 방법을 이용해야 하고 신상공개는 최후의 방법으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 변호사는 "무죄 결정을 내린 국민참여재판제도는 상당히 효과적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재판부는 오로지 법과 양심에 의하여 판단하게 되는데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법 규정은 물론 고려하고 일반 국민의 상식도 고려하게 된다. 법관 1명이나 3명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토론하고 숙고하고 결론을 내리게 되고 이러한 결정에 법관의 판단에 영향은 미치게 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을 압박해 양육비를 받아내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데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법원의 판결문', '각서' 등을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리스트에 올리게 된다.미지급자가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확인이 되면 리스트에서 삭제된다. 15일 현재 양육비 비지급 건수는 아빠, 엄마, 코피노 아빠 등을 포함해 113명에 달한다.도움말=법알못 자문단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변호사 소견으로, 답변과 관련하여 답변 변호사나 사업자의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갑질이나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 jebo@hankyung.com로 보내주세요.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