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노동자다"…부산·경남 경마 기수들 노조 설립 신고
부산·경남 경마기수들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마기수노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노조 설립 신고를 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산본부는 20일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경남 경마기수 노동조합 설립 신고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부산시에 노조 설립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오경환 부산·경남 경마기수노조위원장은 기자회견문에서 "그동안 경마기수들은 개인사업자라는 허울 아래 조교사와 기승 계약을 맺고 경마에 뛰어들었다"며 "경마기수는 엄연히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이다"고 말했다.

이번 노조 설립에는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 31명 중 휴직 중인 3명을 제외하고 28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기수 개개인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조합원으로 소속돼 있었지만, 단체 노조가 없어 교섭권이 없는 상태였다.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은 "기수들의 노동조합 설립은 단순히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이다"며 "문중원 기수가 자기 목소리만 낼 수 있는 권리만 있었어도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부산시가 부산·경남 경마기수노조를 정식 노조로 인정해 설립 신고필증을 교부하면 정식 노동조합으로 출범하게 된다.

시는 기수들이 특수고용직 형태이기 때문에 노조 설립 여부를 고용노동부에 문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공운수노조는 대법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판단 기준과 판례에 따라 기수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계약서상 조교사는 기수에게 조교계획을 수립하고 기승 작전을 지시하며, 기수는 조교사 지시와 지도에 따라야 하므로 사용자와 노무 제공자 사이에 지휘 감독 관계가 확실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또 조교사가 기수와 체결하는 기승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기수는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노동자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