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비리' 이어 '감찰무마' 의혹 재판에…중앙지법서 두 사건 병합 가능성
조국 잇단 기소…검찰 중간간부 인사 앞두고 사건처리 속도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가족비리' 의혹으로 불구속기소 된 지 17일 만에 이번에는 '감찰무마' 의혹으로 또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다음 주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앞두고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17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30일 대보건설 등 4개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한 지 79일 만이다.
조국 잇단 기소…검찰 중간간부 인사 앞두고 사건처리 속도
◇ 이르면 21일 중간간부 인사 단행…수사팀 해체 관측도
검찰은 지난달 27일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후 영장 재청구 없이 3주 만에 불구속기소 하며 신병처리를 마무리했다.

보강 수사 과정에서 새로 바뀐 사정이 없기도 하지만, 이르면 이달 21일 단행될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염두에 두고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8일 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해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부산고검 차장으로 전보했다.

곧 단행될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수사 실무를 책임지던 차장ㆍ부장검사가 인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흘러나온다.

이런 점에 비춰 검찰은 인사를 앞두고 기존에 진행하던 수사를 발 빠르게 매듭지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법무부의 인사 발령은 다음 달 3일자로 단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1일 검찰 직제개편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검찰의 인사 발표 역시 국무회의 당일 오후에 발표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인사 대상자에는 조 전 장관의 가족비리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 감찰무마 의혹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 수사 실무 책임자들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모두 조 전 장관을 포함한 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법무부의 인사로 수사팀 진용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큰 만큼 검찰로서는 인사가 수사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건을 가급적 신속히 마무리했을 것이라고 법조계에서는 보고 있다.

다만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는 아직 중간 단계에 불과해 수사팀 교체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수사는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청와대가 불응하면서 의혹의 핵심을 규명하는 데까지 진입하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검찰 인사로 수사팀 교체가 이뤄질 상황을 고려해 청와대가 압수수색에 불응한 게 아니냐는 추측마저 내놓고 있다.

검찰은 인사라는 변수를 맞더라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데 공을 쏟을 방침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고위 간부 인사 이후인 지난 10일 검사장 전출입 신고식에서 "진행 중인 중요 사건에 수사, 공판의 연속성에 차질이 없도록 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조국 잇단 기소…검찰 중간간부 인사 앞두고 사건처리 속도
◇ '감찰무마 의혹' 공범 수사는 지속
이미 대부분 사건 관련자들이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의 가족비리 의혹 사건과 달리 감찰무마 의혹 수사는 아직 종결됐다고 보기 어렵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이 사건 관련자 중 공모관계가 인정되는 대상자들을 추려내야 한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임박한 만큼 설 연휴 전 또는 늦어도 이달 안에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비록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수사의 동력은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법원이 구속 필요성이 없다는 사유로 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조 전 장관의 혐의가 소명되는 데다 '죄질이 나쁘다'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이 발생한 시기인 2017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 외에 다른 청와대 및 여권 관계자들의 사건 연루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3개월 만에 중단된 과정에 조 전 장관 이외의 다른 인물이 개입한 증거가 있는지가 남은 수사의 관건이다.

검찰은 당시 조 전 장관에게 감찰 중단 의견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을 두 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백 전 비서관의 신병처리 방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감찰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초께 한차례 소환된 바 있는 백 전 비서관은 지난 3일 두 번째 소환 조사를 받았다.

올해 들어 이 사건 주요 관련자들 중 추가 소환된 인물은 조 전 장관 외에는 백 전 비서관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검찰이 백 전 비서관을 공범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밖에도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앞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인물들도 검찰이 관여 정도를 추가로 확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유재수 전 부시장과 텔레그램 방에서 금융위원회 고위급 인사를 논의하고, 감찰이 시작되자 '유재수 구명'을 위해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나 청와대는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다.

한편 조 전 장관이 재판을 받을 두 사건의 병합 여부도 법조계에선 관심거리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의 가족비리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가 맡고 있는데 이번에 기소된 감찰무마 의혹 사건과 합쳐질 수도 있다.

다만 사건의 성격이 달라 재판을 따로 진행한 뒤 선고 때만 합쳐서 하는 식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