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진정성을 확인하겠다며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자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전 대법관)를 위원장으로 하는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해 다음달 출범하기로 했다. 법원의 전문심리위원단이 삼성의 준법감시조직을 평가한 뒤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을 때만 이 부회장의 형량을 줄여줄 수 있다는 뜻을 재판부가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7일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3명으로 이뤄진 전문심리위원단을 꾸리겠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279조의2에 따르면 법원은 직권으로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해 소송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다.

재판부는 “삼성이 준법감시위를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그러한 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국민 중에는 (준법경영을 하겠다는) 삼성의 약속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도 있으므로 전문심리위원단이 엄격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3명 가운데 1명을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으로 제시하면서 이달 말까지는 변호인과 검찰이 1명씩 추천해달라고 주문했다.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변호인단은 이렇다 할 의견을 내지 않았지만 검찰은 반발했다. 검찰은 “삼성 준법감시위가 양형 사유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 같다”며 “전문심리위원 선정에 반대하고 협조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손경식 CJ 회장에 대한 증인 소환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기록의 증거 채택을 취소했다. 다음 재판은 2월14일에 열린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