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쓴 김웅 부장검사 文정부 비판 뒤 사의
"수사권 조정은 서민부담 커진 '3不법'"
뒷전으로 밀린 경찰개혁, 정보경찰 등 우려
적폐수사땐 특수부 중용 등 '이중잣대'지적
전체검사 20%가 찬성 댓글...'항명성'사퇴 이어지나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

작년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대검찰청 실무 책임자였던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사법연수원 29기)가 14일 국회의 수사권 조정 법안(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며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고 비난한 뒤 사직서를 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과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상상인그룹 수사를 이끌던 김종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세범죄조사부장(연수원 30기)도 이날 사의를 밝히는 등 항명성 사퇴가 이어질 조짐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8일 검찰 인사를 두고 아무런 절차상 문제가 없음을 강조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종오 부장검사

김종오 부장검사

김 교수는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며 “검찰 가족 여러분,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마십시오. 봉건적인 명에는 거역하십시오”라고 썼다. 김 교수는 드라마 ‘검사내전’의 원작자이자 현 정부가 우대를 약속한 형사부에서 오래 근무한 대표적 ‘형사통’검사다. 작년 대검찰청 형사정책단장을 맡았으나 현 정부의 수사권 조정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교수 글에는 전체 검사의 20%이상이 찬성하는 댓글을 실명으로 달았다.

김 교수는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의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돼 부당하다”며 “이른바 ‘3불(不)’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민은 더 서럽게, 돈은 더 강하게, 수사기관은 더 무소불위로 만드는 이런 법안들은 왜 세상에 출몰하게 된 것일까”라고 했다. 실제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됨에 따라 소송 관계자들은 수사 초기인 경찰 단계에서도 법률 자문이 필요하게 됐다. 경찰 수사, 검찰 수사, 법원 재판 등 3단계에 걸쳐 법률 자문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되면서 수사에 대한 사실관계도 재판에서 다시 다투게 됨에 따라 재판 장기화에 따른 '변호사 선임비용 상승'도 불가피해졌다.

그는 또 “권력기관을 개편한다고 처음 약속했던 ‘실효적 자치경찰제’ ‘사법경찰 분리’ ‘정보경찰 폐지’는 왜 사라졌나”라며 “수사권 조정의 선제조건이라고 스스로 주장했고, 원샷에 함께 처리하겠다고 그토록 선전했던 경찰개혁안은 어디로 사라졌나”라고 문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혹시 정보경찰의 권력 확대 야욕과 선거에서 경찰의 충성을 맞거래 했기 때문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초기 ‘정보경찰 폐지’를 추진했으나 ‘정보경찰 재편’으로 방향을 틀었다. 인사검증 및 동향 파악에 정보경찰의 쓰임새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정치 경제 노동 학원 종교 시민사회 등 분야에서 정보활동을 벌이는 정보경찰은 약 3000여명 정도다. 김 교수가 ‘선거에서 경찰의 충성을 맞거래’라고 표현한 것은 최근 수사권 조정으로 선거수사를 경찰이 주도하게 된 것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엔 검찰 재정신청 제도를 통해 선거사범의 짧은 공소시효(6개월)를 정지시켜 추가 수사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경찰이 공소시효 만료 직전에 선거 사건을 종결하게 되면 선거 사건도 ‘암장’이 가능해진다. 김 교수는 “결국, 목적은 권력 확대와 집권 연잔 아닌가”라며 “그래서 ‘검찰 개혁’을 외치고 ‘총선 압승’으로 건배사를 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수사 대상자에 따라 검찰개혁이 미치광이 쟁기질하듯 바뀌는 기적같은 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며 “언제는 검찰의 직접수사가 시대의 필요라고 하면서 형사부를 껍데기로 만드는 수사권 조정안을 밀어붙이지 않았나”라고도 썼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적폐수사에 드라이브를 걸기위해 검찰개혁 방향과는 반대로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를 늘리고 ‘특수통’검사들을 전진배치시키며 형사부를 홀대한 것을 꼬집은 표현이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줄탁동시(啄同時: 안과 밖에서 함께 해야 일이 이뤄진다는 의미)를 인용하며 “추악함에 복종하거나 줄탁동시하더라도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일 뿐”이라며 “그 대신 평생의 더러운 이름이 남는다는 것을 잊지 말자”라고 했다.

김종오 조세범죄조사부장도 이날 사직했다. 그는 “부족한 저에게 공직의 길을 허락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검찰 가족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남은 인생은 검찰을 응원하며 살겠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조국 전 장관의 ‘가족펀드’ 운용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상상인그룹의 자본시장법·상호저축은행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이었다. 조세범죄조사부는 법무부의 직접 수사 부서 축소 방침에 따라 형사부로 전환된다.

한 검사는 이날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대부분 검사는 문 대통령의 발언(검찰 인사의 절차적 정당성)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박근혜, 이명박 정부 때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더욱 지키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사도 “청와대 비리를 파던 검찰 간부들이 대부분 수사에서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강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통과돼 향후 형사사법 시스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검사의 본질을 깊이 성찰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또 검사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이 제한되는 것과 관련해 “국민의 인식이 바뀌었으니 검찰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