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 기업 6곳 상대 손해배상 청구…생존자 2명·유족 31명
강제징용 피해자 33명 2차 집단소송…"아버지 한 풀어달라"
일제에 강제 동원된 광주·전남 피해자와 유족들이 전범 기업을 상대로 2차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는 14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33명을 대리해 미쓰비시광업 등 6개 전범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피해자 가운데 생존자는 2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31명은 모두 사망해 자녀나 손자 등 유족이 소송에 참여했다.

홋카이도 탄광 기선을 상대로 15명이 소송을 냈고 미쓰비시광업 9명, 미쓰비시중공업 4명, 미쓰이광산 3명, 니시마쓰건설 1명, 가와사키중공업 1명 등이다.

특히 홋카이도 탄광 기선은 이미 파산한 기업이어서 금전적인 손해배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유족들은 강제동원 불법성을 인정받고 일본의 사과 등을 촉구하는 의지를 담아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을 제출한 직후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을 통해 지난날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이 저지른 반인륜적이고 반인도적인 불법행위가 다시 한번 낱낱이 드러날 것"이라며 "과거를 반성하지 않은 채 한일 우호나 관계 개선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자 측이 강제징용 해법으로 내놓은 '한일공동협의체'를 조속히 창설하라"며 "피해자들의 권리가 회복될 때까지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33명 2차 집단소송…"아버지 한 풀어달라"
기자회견에는 이번 집단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와 유족도 함께했다.

전쟁 무기를 제조하는 공장으로 강제 동원됐다가 미군 폭격으로 구사일생 살아 돌아온 고(故) 김상기 선생의 아들은 부친이 남긴 경위서를 강제동원 증거 자료로 들고나왔다.

그는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강제동원의 한을 풀어달라시며 이 글을 남기셨다"며 "일본 제품만 봐도 반감이 생길 정도로 원망스럽다.

소송으로 아버지의 한을 풀어달라"고 말했다.

홋카이도 탄광 기선으로 끌려갔다가 붕괴 사고로 숨진 고(故) 박기추 선생의 아들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알려온 기업 측의 조위장을 내보였다.

그는 "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지금까지 아버지 얼굴도 모른 채 살아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앞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은 지난해 4월 강제동원 피해자 54명을 대리해 1차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일본 측의 송달 거부 등으로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33명 2차 집단소송…"아버지 한 풀어달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