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유희석 아주대학교의료원장이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에게 욕설을 퍼붓는 대화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3일 MBC가 공개한 녹음 파일에서 유 원장은 이 교수를 향해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XX가 말이야"라며 "나랑 한판 붙을래 너?"라며 욕설이 담긴 막말을 했다. 이 교수는 이에 체념한 듯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정확한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해당 녹음 파일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교수가 의료원 측에 섭섭한 마음을 드러낸 것을 계기로 갈등이 시작돼 이날 대화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수와 유 원장은 수년 전 외상센터와 병원 내 다른 과의 협진 문제를 두고도 갈등을 빚어왔다.

이 교수는 "우리 스태프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냥 제가 깨진 것 같다. 정말 깨진것 같다"고 낙담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교수는 병원이 권역외상센터에 지원되는 신규채용 예산 20억 여원을 제대로 쓰지 않아 외상센터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호소했지만, 지금도 그 때보다 사정이 나아진 건 없다. 뿐만 아니라 최근 도입한 닥터 헬기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헬기 운항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보건복지부하고 경기도에서 국정감사까지 하고 이렇게 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최고 단계까지 다 보고를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아주대병원 측은 "이 교수는 해군과 함께 하는 훈련에 참석 중이어서 현재 한국에 없고 병원 측은 녹음파일과 관련해 밝힐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교수는 한국을 떠나버릴 고민까지 했었지만 외상센터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2개월 동안 해군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해당 보도가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이 교수를 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이들은 "아주대 병원의 이미지와 신뢰도가 이국종 교수 덕에 올라간 걸 모르나", "헬기 민원은 넣지 맙시다. 내 가족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차라리 다른 병원에 가는 게 좋을 듯 싶다", "이국종 교수에게 직접 수술 받지 않았지만, 이렇게 병원체계를 유지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는 등의 글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 귀순 북한 병사 오창성 씨 등을 살려낸 중증외상 분야 권위자다. 그는 그동안 우리나라 중증외상환자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수차례 지적하며 목소리를 내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