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과기원 졸업 정세영씨, 사법시험·연수원 수석 차지
사법시험·연수원 수석 2관왕 "혜택받은 만큼 사회 위해 노력"
"사회에서 받은 혜택이 많은 만큼 사회복지와 인권 등 기본적인 가치를 충실히 실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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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에서 연달아 수석을 차지한 정세영(25)씨는 13일 양질의 교육과 혜택을 받은 만큼 사회에 이를 환원하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2017년을 끝으로 사법시험이 폐지돼 정씨는 사법시험과 연수원 2관왕 타이틀을 단 마지막 사례가 됐다.

정씨는 2016년 58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으며 대학 졸업 후인 2018년 49기로 사법연수원에 입소해 수료식에서 1등 상인 대법원장상을 받았다.

권오곤(67·연수원 9기) 옛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 재판관과 법무법인 태평양 서동우(55·연수원 36기) 대표변호사에 이어 역대 3번째 '2수석' 사례다.

전남 해남 출신인 정씨는 광주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광주과학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아버지가 과거에 공부했던 법학 서적을 보며 법조인의 꿈을 키우던 정씨는 유년 시절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다는 소식에 진로를 고민하다가 적성을 고려해 과학고에 진학했다.

대학 진학 후에도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게 될 것이라는 정부 발표에 귀를 기울이다가 2학년 때인 2013년 가을 휴학계를 내고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입시 학원에 다닌 적은 있지만 과외나 영재 교육 등 특수한 사교육을 받지 않았던 정씨는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부모의 가르침에 따라 어려서부터 빨리 머릿속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는 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정씨는 "과학·공학을 공부하며 모든 현상에는 기저를 지배하는 일종의 법칙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인간 사이의 문제를 규율하는 법은 사람마다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연수원에서 학습하고 실습하며 법률 지식 못지않게 사리판단의 중요성을 느꼈다"며 "보다 다양한 직·간접 경험으로 이해도를 높이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는 20일 군 법무관으로 입대를 앞둔 정씨는 "수석은 명예와 특권의 자리가 아니라 봉사와 헌신의 자리"라며 "더욱 낮은 자세로 사회 정의 실현에 기여하는 법조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